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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해외여행규제로 깨진 휴가 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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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프랑스는 물론 아름다운 나라다. 그러나 프랑스가 아름답다는 것은 프랑스가 위대하고 자유로운 나라일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사회당정부가 아름다운 프랑스의 국내여행을 권장하면서 최근 외국여행규제조치를 발표하자 파리의 한 신문은 이렇게 빈정댔다. 프랑스정부의 해외여행규제는 다음과 같은 외환관리강화를 통해 추진되고있다.
프랑스국내거주자(외국인이라도2년이상 체류할 경우 이에 포함)는 어른의 경우 1년에 1인당 2천프랑(약22만원),10세미만의 어린이는 1천프랑(약11만원)어치까지만 외환구입이 가능하다. 해외여행을 위해 이 한도이상의 외화를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불은 아름답지 않다>
국내에서 비행기표를 프랑스화로 산다든가 외국에 나갈매 1인당 1천프랑까지의 프랑화현금소지가 가능하다곤 하나 결정적으로 외국여행이 어렵게된 셈이다.
게다가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각종 크레디트카드도 국외에서의 사용이 금지됐다. 다만 사업목적의 해외출장 때는 회사명의의 신용카드사용과 법정한도외에 1인당 하루 1천프랑까지의 추가 지출이 허용되긴 한다.
일반인의 외환구입은 5윌2일부터 발부되는 개인별 외환구입통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때까지는 물론 경과규정이 있다.
사회당정부의 이런 조치는 당면과제인 실업퇴치·인플레억제·대외수지적자개선을 위한 방안의 하나다.
그러나 외국여행억제를 이런 이런 조치가 지금 한참 무르익고 있는 부활절휴가와 곧 다가올 「그랑드 바캉스」(하기휴가)를 앞두고 취해진 때문인지 시민들의 충격은 자못 크다.

<외국업자들도 걱정>
그런 때문인지 신문에 나타난 여론도 『밀실에 갇힌 프랑스국민』『자유의 억제』『꺾여진 꿈의 날개』 반민주적 행위』라는 등 무척 거칠다.
우선 정부의 여행규제조치로 당장 타격을 받게된 관광업자들은 「여행사의 공황」을 우려, 30일 『여행=자유』를 의치며 파리의 오페라좌앞 광장에서 대대적인 항의시위를 벌었다.
이뿐 아니라 프랑스사람들이 즐겨 여행하는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캐나다 등 외국의 호텔업자들도 걱정이 태산같다.
이들은 현재 프랑스인이 외국관광에 쓰는 비용이 연간 약3백억프랑(약3조3천억원)이라곤 하나 프랑스의 관광수입이 4백20억프랑(약4조6천2백억원)이나 되는 점을 상기시키며 부당한 조치라고 항의하고있다.
프랑스여행사들은 다론 각도에서의 고객유치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국내관광과 여행비가 정드는 외국여행에 대한 여행사들의 광고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신문들도 「절약형 관광여행안내」특집을 다루어 기획하고 있다.
벌써 칸, 니스 등 남불휴양지와 국내 주요 명승지 호텔은 예약만원사례란스식이다.외국관광대상지로는 한국·일본·대만·싱가포르·인도·멕시코 등이 추진되고 있다. 비행기표를 별도로 국내에서 구입한다면 이들 나라에서 고급호텔과 일류식당만 피할 경우 법정한도의 외화만 갖고도 웬만한 여행이 가능할 거라는 설명이다.
프랑스국민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소식은 여행규제조치만이 아니다.
지방선거와 프랑화평가절하 이후 바로 예고했던 정부의 각종 긴축 및 강경조치가 잇달아 발표돼 신문들조차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4월1일부터 전기·가스·전화·철도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이 한꺼번에 8%씩이나 인상되고, 사회보장부문의 적자보전을 구실로 술값이 10%씩 일괄적으로 오른다.7월1일부터는 담배값도 26% 뛰게 돼있고 부유세 10%인상, 연간5천프랑이상 납세자의 경우 납세액의 10%에 해당하는 공채의 추가매입 의무화조치가 발표됐다.「미테랑」대통령은 앞으로 2년안에 무역수지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시책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국민여러분의 이해와 협력없이 정부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고 품질이 비슷한 경우라면 국산품을 애용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경제활동 위축우려
그는 『국산품애용에는 물론 여행도 포함된다』 고 못박았다.
국산품 애용문제는 대외수지개선을 위한 것이기는 하나 시민들이 국산품을 기피하는 것은 외국에서의 수입품보다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산품애용을 권장하기에 앞서 값을 내리라는 소리도 나온다
해외여행규제·공공요금인상·세율상향조정 등 정부의 이같은 과격한 조처에 대해 기업경영자들은 경제활동의 위축과 경기후퇴를 불려올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프랑스를 고립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있다.
아뭏든 외국여행을 하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프랑스사람들의 발이 묶이고, 게다가 허리띠까지 졸라매야 하게 됐으니 프랑스의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더울게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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