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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존재가능성 많다|디스커버지 「외계생명체 탐색」특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외계문명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과학정신은 인간이 수만년동안 고집해 온 인간중심적이고, 지구중심적인 우주관을 깨뜨린지 오래다. 우주에 인간이상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존재하리라는 ET(Extra Terrestrial) 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이제 과학의 발달로 구체적인 외계인탐색작업인 이른바 「세티」 (SETI=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nece)계획을 낳았다.
전파천문학자등 7명의 노벨상수상자를 포함한 14개국의 과학자 72명은 국제호소문을 통해 지금이야말로 전세계가 협력해서 조직적인 ET탐색작업에 나설때라고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과학월간지 디스커버지의 3월호에는 세티계획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ET의 존재가능성에 대한 과학자들의 의견을 종합, 정리해 싣고 있다.
ET의 목소리를 집으려는 최초의 과학적인 시도는 세티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코널대의 「프랭크·드레이크」교수에 의해 60년부터 10여년간 행해진 「오즈마」계획. 이 계획은 미국립전파천문소에 있는 직경 26m짜리 접시형 전파망원경에 스피커와 전파기록계를 부착, 조작된 전파를 잡아보려는 시도였다. 자연적으로 발생된 전파는 주기성이 없는 반면 조작된 전파는 주기성을 띤 특정주파수대의 신호일 것이라는 가정에서였다.
오즈마계획을 통해 「드레이크」교수는 ET의 목소리를 잡는데는 실패했지만 그대신 우주에는 규칙적이고 빠른 주파를 발생시키는 「펄시」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토성의 방사선띠를 발견했다.
최근에는 기술개발에 따라 새로이 또 다른 2개의 세티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하나는 미천문협회의 자금지원을 받아 하버드대의 「폴·호로위츠」교수팀이 진행시키고 있다. 세계최초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이계획에 사용되고 있는 전파수신장치는 동시에 12만8천개의 주파수를 파악할수 있는것으로 「드레이크」 교수의 오즈마계획으로는 10만년이 걸릴 양을 단 l분동안에 처리할수 있다.
미국립항공우주국(NASA)은 또 다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5월 NASA의 인공위성추적소가 위치한 미 캘리포니아·스페인·호주등에 있는 지름 64m짜리 전파망원경과 검광자장치를 연결, 우주의 잡음이 최소가 되는 주파수대 모두를 훑어 인공전파를 잡아낸다는 계획이다. 전파분석능력은 앞으로 계속 확대해 한꺼번에 8백만개까지 증가시킬 방침이다.
세티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우리은하계에 있는 1천억개정도의 항성중에는 반드시 인간이상의 문명을 가진 생명체가 존재하리라고 믿고 있다. ET의 존재가능성은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많은 생물학자들의 연구결과로도 충분히 암시되고 있다. 이미 30년전 미국의 화학자 「스탠리·밀러」와 「해럴드·우레이」가 태고의 지구대기를 형성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메탄·암모니아·수증기 등으로부터 유기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이후 많은 생물학자들은 최초의 유기물질이 생성되고 자기복제를 해나가는 과정을 실험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적당한 조건만 주어진다면 반드시 생명체는 나타나게 되는것이 자연의 법칙이란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우주 어디엔가 우리정도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존재하리라는 것을 강력히 암시해준다.
ET의 존재가능성에 회의를 나타내는 과학자들이 없는것은 아니다. 미툴레인대의 물리학자 「프랭크·티플러」박사는 인간의 기술수준이 멀지않아 자기복제가 가능하고 컴퓨터에의해 조종되는 우주선을 만들 단계에 있다고 전제, 만약 인간이상의 지능을 가진 ET가 존재한다면 우주의 나이를 고려해볼때 벌써 ET의 우주선이 지구에 출현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ET의 우주선이 지구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간이 우주만물의 영장임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세티작업은 재원의 낭비일뿐이라고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생명의 출현은 적당한 조건하에서는 필연적인 것이며 인간과는 다른 형태를 가진 지능체도 그 여건에 따라 충분히 나타날수 있다는 우주생물학자들의 입장에 동조하고있다.
이제 시작된지 20년 남짓된 세티작업의 성공여부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ET가 전파를 발사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행해지는 이 작업에는 인간의 판단과 기술수준외에도 외계문명의 사회적여건과 ET의 호기심이라는 속성이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수 있기 때문이다. <이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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