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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사관학교' 코트라… 첫 자사출신 사장 배출이어 외국합작사서 두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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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최근 공기업인 코트라(KOTRA) 출신 인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창립 43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코트라 출신 사장(홍기화)을 배출한 데 이어, 최근엔 해외 공관장(기현서 칠레 대사)자리도 차지했다. 많은 코트라 출신 인사들이 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각 기업에서 활약하고 있다. 다른 공기업에서는 유례를 찾아 보기 어려운 이런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50~60대 세대에선 흔치 않던 해외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력을 쌓아나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공기업과 지자체에서 맹활약=공기업과 지자체에서는 코트라 출신 인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최근에 이들 기관이 해외 시장 개척, 투자 유치, 국제 전시회 유치 등의 업무를 중시하면서 더욱 그렇다. 각 지자체들이 설립한 전시 컨벤션센터 사장 자리는 거의 코트라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외국 전시 참여자와 바이어를 유치해야 하는 업무 특성 때문이다.

김인식 킨텍스(한국국제전시장)사장, 정해수 벡스코(부산전시컨벤션센터)사장, 백창곤 엑스코(대구전시컨벤션센터)사장, 조영복 김대중컨벤션센터(옛 광주전시컨벤션센터)사장이 모두 코트라 출신이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관광공사 출신 김종희 사장)만 예외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만든 회사 사장 자리는 100% 코트라 출신의 몫이다. 서울시가 설립한 서울산업통상진흥원 사장은 코트라 북미지역본부장 출신 권오남씨가, 성남시가 만든 성남산업진흥재단 사장은 뉴욕무역관장을 지낸 김봉한씨가 맡고 있다. 경상북도가 민간 주주와 함께 설립한 경북통상 사장도 코트라 출신 안영환 사장이 6년간 맡아오다 4월 정동식 정보조사본부장이 이어받았다. 역시 코트라 출신인 정귀래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은 서울산업진흥재단 사장에 이어 두 번째 공기업 사장 자리를 맡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이들의 활약은 업무 관련성과 어학실력 때문이지 이권 기관의 낙하산 인사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 외국 합작기업에서도 두각=민간 기업에선 주로 외국기업과의 합작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G필립스LCD의 구덕모 부사장(영업부분장), 르노삼성자동차의 조돈영 부사장(커뮤니케이션 본부장), 김영관 대교베텔스만 사장 등이 코트라 출신 경영인이다. 김 사장의 경우 1979~86년까지 코트라에서 근무하다 87년 대교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 초 대교가 베텔스만코리아 지분 75%를 인수하면서 탄생한 대교베텔스만의 초대 사장을 맡은 그는 소설 '다빈치 코드'등을 히트시키며 출판업계에 바람을 몰고 다닌다. 애틀란타.요하네스버그 무역관장을 지낸 조돈영 부사장은 2001년 르노삼성자동차로 옮겨 대외협력.언론홍보.신차발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LG필립스LCD의 영업을 총괄하는 구 부사장은 6월 미국 HP사로부터 3년간 50억달러 규모의 LCD 공급 물량을 따내기도 했다. 한때 전 세계 텐트시장의 35%를 장악했던 지누스(엣 진웅)의 이윤재 회장도 코트라 출신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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