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대학생의 「음독」…「연탄가스중독」으로 연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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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졸업정원제운영을 놓고 「문교부 지시다」 「대학재량이다」로 핑퐁식 책임전가가 계속되는 판에탈락생1명이 음독, 한때 중태에 빠지자 학교측과 문교부일부직원이 이번에는 「음독」을 「연탄가스중독」으로 연막전술을 펴려다 들통이 나 학부모들의 분노를 샀다.
「탈락」을 비관. 음독했던 문웅군(21·순천향대 의예과2년)은 입원 사흘째인 29일 상오까지 입원했던 병원중환자실에서 한숨만 지었다 의식을 회복한 그는 지켜보는 가족들에게 「평생 액땜한 셈 치라」며 눈물만 글썽였다. 지난27일 아침 경찰백차에 실려 중환자실로 옮겨진 문군은 1시간 40분에 걸친 위세척으로 겨우 위기를 넘겼다.
이같은 문군의 상태를 놓고 학교측은 「지병이 있었다」「가스중독이다」라고 사건을 덮으려고만할뿐 사태의 심각성에 대처하는것 같지는 않았다.
『애를 시켜 쇼를 한다고 한답니다. 세상에 이렇게 억울한 일이 있을수 있습니까.』『학교가 다 뭡니까. 20년 기른 자식목숨과 바꾸란 말입니까』문군의 어머니는 격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채 목이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낙제점수 한번을 받아보지 않은 아이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울먹이기까지 했다. 『학교가 우리애를 놓고 여러가지 얘기를 하고 있다는 말을 탈락자 학부모들로부터 들었습니다. 지병이 있었다고요? 택시를 못 기다려 지나가던 백차 신세를 지고. 중환자실에 들어서자마자 거의 2시간 가까이 위세척을 해야했던건 무엇때문입니까.』아버지(51)의 말이다. 『지하실의 연탄보일러에서 가스가 방안에 스며들수 있습니까』라면서 그는 『대학이나 문교부가 학생을 위하는 곳입니까. 아니면 죽으려는 애에게 망신이나 주자는 곳입니까』 라고 했다.
『병원을 운영하는 5촌 당숙이 와보고 「복학하려면 일체 얘기말라」고 했습니다. 좀있다 의사가 진료카드의 「음독」을 「연탄가스중독」으로 고쳤어요. 그러고는 되도록이면 환자곁을 떠나있으라고 하더군요.』그런 과정에서 「탈락구제를 위해 쇼나 한것처럼 꾸며진것 같다』고 가족들은 말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반문한 아버지는 『학교마음대로면 잘 될것이고 문교부마음대로면 잘안될것이다. 28일은 좋은소식을 전해줄수 있을것』이라고 했던 학교가 정작 28일에는 『말 못할 사정이 있다며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문군의 부모는 문교부와 학교에 다같이 속았다고 했다.『문교부관계자는 「탈락자를 살려주면 문교부가 설땅이 없다」고 하더랍니다. 다른 대학에 번져 나갈 부작용이 두렵다고도 하더랍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학생은 죽어도 문교부만 살면 된다는 얘기입니까.』28일 학교측으로부터 『말못할 사정이 있다. 미안하다. 탈락은 철회할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받고 문교부에 몰려온 학부모들은 관계자와의 면담결과를 놓고 열을 올렸다.
문군을 탈락조치한 순천향대는 지난 24일 단1회의 경고도 없이 탈락당한 학생 12명에게 28일 상오 10시까지 통보사항이 있으니 학교에 나오라고 일일이 연락을 했었다. 안타까운 부모들이 그 이튿날인 25일상오 학교로 찾아갔더니 교무위원회를 마친 김모교무과장은 『문교부가 시키는대로면 나쁜 결과가 될것이고 대학마음대로면 좋은 소식이 될것이다』라고 생색을 내며 『나쁜소식은 아니니 28일 모두 모여달라』고 했었다는것.
그런 학교가 『왜 방침을 바꿨느냐. 무엇 때문에 모이라고 했느냐』고 탈락통첩을 또 한번 받은 학부모들이 대들자 『사과한다. 말 못할사정이 있다』고만 되풀이했다고 학부모들은 발을 굴렀다. 문교부관계자는 『대학이 지난 토요일 일단 탈락을 최종결정, 보고해 왔다. 모두 끝난 문제다』라고 했다. <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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