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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동양합병계기로 본 시권가의 어제와 오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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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업의 전망이 무상하다지만 그중에서도 증권계주변의 정쇠는 각별한 무상함이 있다. 짧은 역사속에 58년의 l·16 국상피동, 작년 3월부터의 대증주파동, 63년2월부터의 증권파동, 72년의 8·3조치등 숱한파란을 겪어오는 동안 국내 증권계에는 역시 숱한 흥망사가 있었다.전무후무한 증권붐을 타고 한때 최고 60개의 증권회사가 명감해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룰 연출하기도 했는가하면 한해동안만 무려 14개의 증권회사가 무더기로 문을 닫는 일도있었다. 이같은 흥망속에서 숱한「영융호걸」 도 속출했다. 한시절 증권천하를 한손에 쥐고 흔들던 윤응상씨릍 비롯, 증권업으로부터 손을대 기업총수로 부상한 최준문동아그룹회장, 김동만 해동화재해상보험회장, 고설경동대한전선회장등의 인물이 나왔고 법조계출신으로 「증권쟁송」의 대가격인 금윤삼악증권사장이 있었는가하면 60년대 중반부터는 강둔진삼보증권사장이 증권계의「대부」로 군림해왔다.
68년 증권거래법 개점에 이은 자본시장 육성법의 제 정, 72년 기업공개촉진법의 재정등으로 어느정도 질서가 잡힌 증권계는 이후 증권회사의 대형화 물결을 타고 진출한 대기업그룹계열의 증권회사들을 주류로 현재는 27개의 증권회사가「할거」하고 있다고 할수 있다.
이같은 할거의 균형에 또 한번의 파란이 인것이 최근의 삼화·동양 양증권사의 합병추진이다. 국내1, 2위의 삼화와 동양이 합병된다는 점에서도, 또 우리 증권계의 대부격인 강성진씨가 이번기회에「노병」으로 사라질도 모른다는 점에서도 더우기 자본금 1백60억원이상의 초대형 증권사가 처음으로 탄생한다는 점에서도 모두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삼화·동양의 합병을 계기로 국내 증권계의 부심과 현재의 판도등을 들이켜보면-.
국내 증권회사 제 1호이자 지금까지도 가장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증권사는 대한증권.
우리 증권계의 산파격인 고 송대순씨룰 중심으로한 증권구가부가 49년 11월 탄생시켰다. 이후 대한증권은 비록 여러차례 오녀가 바뀌긴 했지만 갖은 풍상을 겪고 살아남아 현재 국내 27개 증권회사중 최고참이됐고, 지난 80넌 신일그룹으로부터 라이프그룹으르 경영권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당시 자본금 7억원이던 회사가 3년만에 자본금 5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대한증권 설립이후 52년과 53년사이에 고마·영남·동양·국제등 4개사가 추가로 발촉했으나 이들 4개사는 얼마되지 않아 모두 문을 닫고 현재는 하나도 남아있지않다. 증권거래소도 열리기전에 간판을 내걸었던 초창기의 이들 5개사는 모두들 건국국채·지가증귄등 채권매매만을 하던 터여서 증권회사라기보다는. 채권회사라하는것이 옳았다.
이후 54년들어 대동(대표 설경동), 동화·간일증귄등 11개사가 신설되어 증권사는 l6개사로 불어났고 56년의 증권거래소 개설을 앞두고는 55년 4∼8월사이에 삼우(후에 간명으로 상호를 바꾸면서 최준문씨가인수), 삼일(서재식 현 한국플라스틱고문이 2대 대표)등 16개사가 한꺼번에 문을 열었다. 다시 56년 초에는 단 한달만에 한국연합(설지간) 등 무려 18개사가 또 설립돼 56년5윌에는 국내증권사가 모두 51개사에 달했다.
57년의 소위 마호국채파동, 58년의 l·l6국채파동을 겪으면서 몇몇 증권사가 문을 닫았지만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는 증권사의 숫자는 계속 불어나 62년5월 파동을 전후해서는 무려 29개사가 증권바닥에 뛰어 들었다. 증권사의 설립이 등록제였던 당시 국내의 모든 돈이란 돈은 다들 증시에 몰려들고 그바닥에서 증권회사만 하나 세우면 때돈을 번다는 분위기였다.
강성진씨가 당시 대표로 취임한 영화증권, 거래소상대 소송재기의 명수이뎐 김윤씨가 이끌던 삼악증권도 모두 이때 등장한 증권사들이었다.
이로써 당시 국내 증권사는 60개가 되어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은 최고의 기록을 남겼으나 5월 파동을 겪으면서 대부분 포말회사로 전락 63년말에는 41개사 69년말에는 28개사로 대폭 줄었다.
이후 73년부터는 그다지큰 부심이 없이 62년이후 10년간의 와중에서도 버티고 견딘 25개 남짓의 증권사들이 자본대형화등 ,내적인 성장에 비로소 눈을돌리기 시작했고 삼보증권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조사부·국제부동을신설하면서 단연 수위의 자리에 나섰다.
특히 73년의 럭키(당시상호는국제)·한일·요성등 3개 재벌계 증권사의 신설을 전후해서 대우·현대·국제·한국화약·대림·동국제강·한일합섬·충남방적·마산방직등 기업그룹들의증권업진출이 본격화됐고 80년에는 라이프그룹이, 지난해에는 정부의 층권사 민영화방침에 따라 태평양화학과 신예 간수산업(수산업)이 새로이 증권가에 발을 들였다.
또 단기금융업으로 성장한 한국투금과 한양투금도 각각 태평증권과 동남증권의 대주주이며 학교재단인 모양학원과 단국대학이 각기 증권회사룰 하나씩 거느리고 있는것도 특이하다.
삼보가 대자그룹계열의 동양과 합병됨으로해서 이제 비기업그룹계 증권사는 대신·건설· 신오·유화·신영둥 5개사 남짓으로 줄어들게 됐다. 그나마 자본금 80억원 규모르서 선두그룹에 낄만합 증권사는 대신하나를 꼽을수 있을 뿐이다.
또한 삼보·동양의 합병을 의식한 일부 기업그룹계열의 증권사들이 벌써부터 증자·타증권사인수동을 위한 탐색전을 펴고있다는 증권계의 이야기고 보면 이번 삼보파란은 앞으로 한차례 대규모의 인사바람과 함께 증권계의 세력판도에 적지않은 변화를 몰고 올것으로 보인다.

<김전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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