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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교육」의 지름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영어 회화교육은 오래된 문제이면서도 아직까지 뚜렷한해결책을 찾지못하고 있는 문제다.
필자는 이 문제에 관하여 여러차레 관계당국에 건의도 하고 구체적인 제의도 한 바 있다.
보약은 재탕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이 자리에 또 한차례의 재탕을 하려고한다.
영어회화 교육을 권장하는 제도적인 장치는 걸러짜고 보면 결국 두가지로 압축될수 있다.
하나는 영어교사가 영어회화를 구사할수있도록 재교육을 하는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기위하여 상급학교 입시에 영어회화시험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 제도적인 장치만 마련된다면 영어회화교육의 반 이상이 이미성취되는 셈이라 확신한다.
영어교사를 재교육시키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일정기간 미국이나 영국에 파견교육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방법은 경제적인 이유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차선책으로 미국이나 영국을 우리나라에 고스란히 수입해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다름 아닌 「외국어 생활관」교육 방법이다.
이방법의 효과에 대해서는 외대에 설치되어 있는 「외국어생활관」 교육에서 이미 실증되었다.
외대의 생활관을 모형으로하여 대기업에서는 이미 외국어회화교육을 실시해오고 있으며 해외진출에 엄청난 실정을 거두고있다.
그런데 정규 학교교육을 담당하고있는 각급학교 영어교사의 재훈련에있어서 아직도 이제도가 실현되지못하고 있는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고위층들이 영어회화 문제로 충격을 받을때마다 그 충격은 관계부처의 실무진에 이어지고, 결국은 관계 전문학자들을 들볶게(?)되는데 작업을 해서 올리면 그 결론은 『돈안들이는 방법을 강구하라』 는 딱지를 달고 내려오곤 했다.
이「오르락 내리락」의 문제를 필자는 하나의 비유로 다시 제의하려고 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만 달수있다면 쥐들의숙명적 비극은 끝날 것이다. 그러나 이 비극이 끝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쥐들 자신등이 해내짓이 아니라 대신 사람들이 해냈다는데에 그 원인이 있다.
만약 쥐들 스스로가 그런 아이디어를 짜냈다면 어느 쥐가희생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고양이 몸마다 방울이 달려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문학자들보다는 관계부처에서 실무를 담당하고있는 행정가들이 외국어 생활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면, 대전·광주·대구쯤에 생활관이 이미 건립되어 각급학교 영어 교사도회 회화교육에 엄청난효과를 거두고 있을것이다.
필자가 우선 바라는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되겠다고 느끼는 쥐가 나타나야되듯이 외국어 생활과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용감한 행정가가 나타나야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념에 찬 행정가가 있다면「외국어 생활관」의 건립과그 운영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두번째 제도적인 장치인 상급학교입시에 영어회화실현을 부과하는 문제는 최근들어서 서광이 비치고 있다. 얼마전 전남도교육위에서는 공영방송을 이용하여 영어듣기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그 파급효과가 전국적으로 확대실시하게 된 것을 크게 환영하는데, 욕심대로 말하자면, 이방법을 대학입학 학력고사에도 반영했으면 한다.
이 방법은 실시하려고만 하면 돈안들이고도 극히 간단히 처리해낼수 있다.
어떠분은 이 방법에 따르는 문제점을 우려하는 것 같은데 물론 문제가 전혀 없는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때문에 언제까지나 눈치만 보고 있을수 없는 노릇이다. 우선 시작해놓고 문제점은 보완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그렇지않고 언제무엇이 이루어지겠는가.
외국어교육과 더불어 생각해야될 것중의 하나는 교사들의 기본자질문제이다. 이것은 비단 외국어교육에 한정된것이 아니다.
우리는 생활향상을 위해 우수두뇌 졸업자들을 테그놀러지 분야와 산업분야에 투입해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그런 방향으로 흐르고있으며 교육계에는 솔직이 말해서 바야흐로 질적 저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깊이 생각해야될 문제가 있다. 테크놀러지와 산업분야에 계속해서 일류두뇌를 공급하려면 그들의 교육을 2, 3류두뇌가 담당해서야 되겠느냐는 말이다. 생각하면 앞이 캄캄할 지경이다. 교육계의 두뇌유입체제를 시급히 확립하지않으면 대국적인 입장에서 엄청난 손실이 올것이다.
외국어교육에 그다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되는 면이 없지않다.
전문학자들이 연구란것을 교사들이 실용면으로 응용하는 따위가 그 좋은 예라고본다.
예컨대 영어의 아주 기초적인 동사「go」와「come」의 쓰임의 차이를 전문학자들이 연구한것을 토대로 교사들은 다음과같이 영리하게 활용할 수있을 것이다.
즉 움직이는 사람이 누가 됐건 화자나 청자쪽으로 이동하면 「come」을 쓰고 그외의 경우는「go」를 쓴다는 원칙을 학생들에게 터득시키는 따위는 돈 안들이고 됨수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외국어 생활관」 의 건립과 운영은 돈안들이고 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막말로 『돈놓고 돈먹어야지, 돈 안놓고 돈먹으려한다.』면 도둑마음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최소한의투자가 요망된다.

<약력>▲1932년 전남신안출생▲57년 전남대졸업▲72년미하와이대대학원졸(언어학박사)▲72년 한국외국어대교수(외국어연수위원장 역임) ▲80∼82년한국언어학회 회장▲외대언어연구소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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