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울증|「응급환자」면서 방치하기 쉬운 질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얼마전 20대와 50대의 두 가정주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신문기사는 두사람 모두 우울증으로 오랫동안 시달려 왔었다는 것을 목숨을 끊은 이유로 들고 있다.
우울증은 이같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무서운 병으로 징신과에서도 응급환자로 다루고 있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또는 이웃과 단절된 사회구조로해서 우울증환자는 증가추세에 있으나 이에 대한 환자자신이나 가족의 인식부족으로 이같은『응급환자』들이 방치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울증에 대한 올바론 지식을 한양대의대 신경정신과 김광일교수로부터 들어보자.
우울증이란 「정신생리학적 활동의 저하가 어느 일정기간동안 계속되는 정신질환」 의 하나로 우울증만 반복되는 단극성 우울증과 올증과 조증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양극성 우울증(조울증)으로 대별된다.
우울증에 걸리면 매사에 의욕이 없고 슬프고 허무하고 지난일에 대한 죄책감에 쌓이고 앞날을 절망적으로 생각하고 근심이 많고 피해 내지는비관적 망상과 환각에 사로잡혀 끝내는 자살을 기도하기까지한다.
이같은 정신적증세와 함께신체적증세도 동반되는데 예로써 소화장애·불면 (특히 자다가 한밤중에 깬후 다시 잠이들지 못한다)·식욕저하·피로감·두통·집중력저하·성기능저하·몸에 암과같은 병이 있다고 생각하는「건강염려증」등을 호소하게된다.
우울증은 정신적증세가 주증세임에도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에는 환자와 가족 모두가 신체적 증세만을 주증세로 생각해버린다.
그래서 내과를 찾거나 종합건강진단을 해보기도하지만 우울증이란 진단이 쉽게 내려지지 않는다.
의사앞에서 정신적증세는 감추고 소화장애나 두통등 신체적증세만 강조하기 때문이다.
결국 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자살을 기도한 후에야 가족들이 실토를 한다.
우울증도 병인 이상 초기진단 조기치료가 필요함은 물론인 것이다.
한양대병원의경우 정신과 입원환자의 30%정도가 우울증환자라고한다.
우울증은 어느 연령층에서든 올수있으나 20세전후, 40세전후, 50대등이, 특히 위험한 시기로 꼽고있다.
또 여자에게 약간 많으며 갱년기여성이나 소외당하고 있는노인에게서도 많이 볼수있다.
부모몰래 무단결석을 자주하거나 학교공포증, 자주 비행을저지르거나 반사회적행동, 약물남용, 성적문란, 학업저하등의 청소년의 경우 행동이나 말·외모등을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김박사는 말한다.
또 벽을향해 들어누운채 한숨만 푹푹 쉬는 주부, 구석진곳에서 남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노인이나 출근하기를 꺼리는 회사원에게도 주위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것이다.
우울증은 뇌세포, 즉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저하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가족의사망이나 실연·화재·사기·진학실패등에서 오는 우울이나 슬픔과는 구분된다.
이같은 우울은 누구에게나 올수있는 정상적 우울로서 대개 시간이 지나면 잊거나 회복되는데 뇌의 이상에 따른 병적인 우울증은그렇지 않은것이다.
우울증을 진단하는 수단의 하나로 다음 8가지중 4가지이상에 해당되면 우울증으로 판단하는 방법도 있다.
(1)현저한 체중변화 ②수면장애(불면증·수면과다)③안절부절 ④흥미상실·성욕감퇴 ⑤피로·양기부족 ⑥자책감·죄책감(7)주의집중력감퇴 ⑧자살이나 죽음에 대한 집착.
뇌세포기능저하외에도 환경에따라 우울증은 악화되기도 한다.
「아파트우울증」「노인우울증」등이 그것으로 주위와 단절된 환경이어서 우울상태에서 견뎌내기가 어려운 때문이다.
정신과에서는 우울증환자는 항상 자살을 꾀할수있다고 보기때문에 입원을 권유한다.
2∼3주간 항우울제를 쓰며 아주 상태가 심한 경우에는 전기충격요법을 시행하는 수도있다.
대개 1개월정도면 회복이 되는데 재발할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환자에게 절대금물은 현실참여를 유도하는 것.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있는 우울증환자에게『그렇게 소심해서 뭘하느냐, 용기를 갖고 부딪쳐 이겨내야 하지않는가』라는 말은 삼가야한다.
자신이 없는 사람에게 자꾸 현실참여를 유도한다면 그대로 자살해 버리고만다.
또 억지로 운동을 권하거나 여행으로 기분을 전환해 보라고하는 것도 위험하다.
스스로 하도록 강권하지 말고 우선은 관심을 갖고 따뜻이 대해주며 혼자내버려두지 말며 노인에게는 가족의 일원임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 가정에서 취할수있는 방법이된다.<신종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