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ERI Report] 블루오션 전략, 전가의 보도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경제 용어 중에 '블루오션 전략'이 있다.

이 말은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의 공동 저서 'Blue Ocean Strategy'를 통해 처음 국내에 소개된 것이다. 그후 경제용어인 이 말은 한국 사회 각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블루오션은 '아무도 목표로 삼은 적이 없으며, 거대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미개척 시장'을 뜻한다.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은 기존 시장(레드오션)에서 경쟁해 이기기보다는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블루오션)을 창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쟁사를 모방하지 않은 자신만의 법칙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여 경쟁자가 없는 시장에서 고수익과 고성장을 추구하는 경영전략이다.

블루오션 전략을 체계화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시장 경계선 재구축▶숫자가 아닌 큰 그림에 초점 맞추기▶새로운 고객 찾기▶정확한 전략적 시퀀스 만들기 등이 있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Blue Ocean Strategy'에 그 사례가 소개된 삼성전자는 1998년 VIP(Value Innovation Program) 센터 설립을 필두로 블루오션 전략을 추구해 왔다. 삼성전자의 인기상품인 애니콜.DVD 콤보.파브.마이젯.센스Q.지펠냉장고 등은 모두 VIP 센터의 1차 검증을 거쳐 탄생되었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 제품의 상품화 기획과정에서 기획서 표지에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도구인 전략 캔버스를 의무적으로 그리도록 하고 있다.

VIP 센터장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세트제품 모델의 30%가 전체 이익의 80%를 창출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블루오션 전략을 활용해 수익에 기여하지 못하는 모델은 사전에 걸러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휴대전화 부문의 블루오션 전략도 미래형 기술개발과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 전략을 기축으로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높이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LG전자도 DMB.HSDPA.4G 등 미래형 기술개발을 통해 세계시장에 무혈입성하고 있다.

또한 국내 드링크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비타 500'도 재미있는 사례다.

비타 500은 구입과 소비가 간편하고 맛있는 비타민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명하고 직선적인 개발 컨셉에 따라, 약국뿐만 아니라 수퍼마켓을 통한 유통개혁과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맛과 향을 찾는 데 주력했다. 이 회사가 만약 경쟁제품을 미리 선정하고 기존 레드오션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만을 추구하였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결과였다.

그러나 기업은 블루오션 전략을 수행하기 전에 그 한계점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블루오션 전략가들이 제시하는 특수한 성공 사례들을 누구나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블루오션 전략의 광풍에 잘못 휘말리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선 제한된 자원과 능력을 보유한 사업가가 현재의 사업에 충실하기보다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 것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블루오션 주창자들은 기업 경쟁력의 두 원천인 비용 절감과 차별화를 동시에 추구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실현 가능한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도요타 자동차나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차별화를 동시에 추구하지 않고 두 전략을 순차적으로 실행해 왔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었다.

도요타 자동차가 처음부터 고급차인 렉서스를 출시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렉서스의 성공은 비용 절감에 관해 세계 최고를 이루어 낸 도요타가 차별화 정책으로 전환해 또 다시 성공한 것이다.

비용 절감과 차별화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양면전을 펼치라는 블루오션 전략가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자원과 능력이 분산되어 어느 한 분야에도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서 매우 위험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업가는 항상 비용 절감과 차별화를 모두 생각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해야 하지만 어느 한 시점에서는 이 둘 중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삼성전자와 도요타의 사례뿐만이 아니다. 앞에서 예를 든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의 성공 사례는 대부분 블루오션 전략이 알려지기 전에 이루어진 일들이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들 기업은 블루오션 전략이 아닌 기존의 경영전략 지침에 따라 성공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블루오션 전략을 기존의 전략을 넘어선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여기고, 기존의 경영전략 문헌을 모두 무시하려는 태도를 조심해야만 한다.

사실 블루오션 전략은 기존 경영전략 틀의 부분집합에 불과하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기보다 뛰어난 기업으로부터 배우는 방법(벤치마킹)과 완전히 새로운 것(패러다임 전환)을 만들어 내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블루오션 전략은 이 중에서 특히 두 번째 경우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의 구체적 전략옵션 중에서 일부분만을 강조하고 있다(그림).

모든 면에서 유행에 민감한 특징을 가진 우리는 새로운 전략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지나친 관심을 보인 뒤에는 곧 시들어 버리는 경험을 해왔다. 그 이유는 새로운 모델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새로운 것에 대한 지나친 열풍은 자칫 부작용이 뒤따르는 광풍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있다. 우리는 한때 벤처비즈니스 과열 현상에 대한 후유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 특히 벤처를 잘못 이해해 확실한 핵심 역량을 갖추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만을 강조한 면이 있었다. 블루오션도 자칫하면 이러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오션 전략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우리에게 남의 흉내만 내던 기업 풍토를 바꾸고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필자는 블루오션을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블루오션만 강조하면 위험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레드오션에서 성공한 기업이 블루오션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는 이미 실제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기업들은 오늘의 블루오션이 내일의 레드오션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무조건 블루오션을 찾아 헤매기보다 레드오션을 지키면서 블루오션으로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레드오션 한정된 시장서 핏빛 경쟁
블루오션 경쟁 필요없는 미개척 시장

블루오션 주창자들은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을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 레드오션=현재 존재하는 모든 산업을 말한다. 따라서 레드오션에서는 매력적인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 간의 구분이 명확하고 이에 따른 시장구조를 모든 기업이 잘 이해하며 따라간다.

기업들은 주어진 환경 즉, 레드오션 안에서 경쟁을 하기 때문에 다른 경쟁사들보다 경쟁우위에 서기 위해 노력한다. 다시 말해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시장수요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전략론이 마이클 포터의 경쟁우위론이다. 기업은 경쟁사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차별화 또는 비용절감 중 하나의 전략을 선택한다.

레드오션에서의 시장 점유율 획득은 제로섬 게임이다. 한 회사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 다른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슷한 전략을 사용하게 되며 시장은 핏빛의 레드오션이 되고 만다.

◆ 블루오션=현재 미개척된 시장 즉, 경쟁에 물들지 않은 모든 산업을 말한다.

블루오션에서는 매력적인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 간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또한 게임의 법칙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은 무의미하다.

블루오션 전략에서는 기존시장을 확장하거나 그 밖에 있는 추가적 수요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에 중점을 둔다. 이를 위해 공급자 위주의 관점이 아닌 고객 중심으로의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또 경쟁중심이 아닌 가치혁신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가치혁신이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혁신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는 비용 절감과 차별화를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새로운 부는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에 의해 창출되므로 블루오션 전략은 경쟁이 필요 없는 게임을 가능하게 해준다.

'블루오션' 주창 김위찬·마보안 교수는
세계 비즈니스 전략가 50인에 선정

블루오션 전략을 공동 저술한 김위찬(사진(左)) 교수와 르네 마보안(右) 교수는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에 재직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경영 자문회사인 보스턴 컨설팅그룹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김 교수는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에서 전략 및 국제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자문위원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마보안 교수는 인시아드 대학원에서 전략 및 경영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세계경제포럼의 특별회원이다.

두 사람은 세계적인 비즈니스 전략가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 공동 게재한 경영학 논문은 50만 부 이상 시판됐다. 영국의 유력지인 런던 선데이타임스는 "유럽 최고의 비즈니스 전략가인 김위찬 교수와 마보안 교수가 경영자들이 전략에 대해 생각하고, 실행하는 방법에 대한 커다란 도전을 제공했다" 고 '블루오션 전략'을 평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