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공동투자로 만리장성 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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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광활한 중국 영화시장을 열기 위한 미국 할리우드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2001년 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으나 여전히 연간 수입영화를 20편으로 제한하고 있어 시장 확대를 원하는 할리우드로서는 중국 시장 개방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13억 명의 중국 시장은 지난해에만 50% 성장했다.

할리우드는 중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 측과 공동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의 '우회로 뚫기' 전략을 펴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과 중국이 영화제작 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유니버설 등 다섯 곳의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대표들이 중국을 방문해 공동 제작을 타진했다. 워너 브러더스는 지난해 중국의 헝뎬그룹과 공동으로 영화제작 자회사를 설립했다. 헝뎬은 상하이에 중국판 할리우드(chinawood)로 불리는 23㎢ 규모의 거대한 복합 스튜디오(헝뎬 월드 스튜디오)를 완성했다.

할리우드 측이 중국과의 공동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 잠식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자국 영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영화 수입을 제한하면서도 공동 투자한 작품은 자국산 영화로 분류해주기 때문이다.

제작비가 미국에 비해 저렴하고 '와호장룡''영웅' 등이 입증한 것처럼 중국적 소재가 전세계 관객에게 먹힐 수 있다는 사실도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이다.

실제로 컬럼비아영화사가 중국과 공동으로 제작한 '쿵푸 허슬'은 올해 미국과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미라맥스의 설립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은 중국영화 전문 펀드를 설립 중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중국에서 제작되는 영화 편수가 크게 늘어 2003년 140편에서 올해 200편으로 증가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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