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 '리틀 호나우두'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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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호 관련 기사가 나온 FIFA 홈페이지(上). 북한 선수들이 골을 넣은 최명호(꿇어앉은 선수)를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FIFA 홈페이지]

'어게인(again) 1966'.

북한과 이탈리아가 페루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17세 이하)에서 맞붙는다.

예선 C조에 속한 북한과 이탈리아는 나란히 1승1패를 기록하고 있다. 2승을 거둔 미국이 8강행을 확정했고, 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 티켓의 남은 한 장을 잡기 위해 북한과 이탈리아가 24일(한국시간) 트루히요에서 예선 마지막 경기를 한다. 북한은 골득실에서 이탈리아에 3점 앞서 있어 비기기만 해도 되는 유리한 입장이다.

두 팀의 대결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본선 조별 리그에서 만났던 상황과 흡사하다. 당시 1무1패의 탈락 위기에서 세계 최강 이탈리아를 맞은 북한은 전원 공격.전원 수비의 악착같은 경기를 펼친 끝에 박두익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북한은 아시아 국가 최초로 월드컵 8강에 올랐고, 불의의 일격을 당한 이탈리아는 탈락했다. 이 경기는 최근 FIFA가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선정한 '이변의 명승부' 11 장면 중 하나로 뽑혔다.

66년 북한에 박두익이라는 '동양의 진주'가 있었다면 2005년 북한의 17세 팀에는 '코리안 호나우두' 최명호가 있다. 최명호는 21일(한국시간) 코트디부아르와의 2차전에서 전반 9분 페널티킥 선제골을 넣었고, 38분에는 김국진의 패스를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추가골을 따냈다.

북한은 44분 김경일이 20m 중거리포를 꽂아넣어 3-0으로 완승했다. 1차전 미국전(2-3패)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을 넣은 최명호는 3골로 카를로스 벨라(멕시코)와 함께 득점 공동선두에 올랐다.

최명호는 대회를 앞두고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FIFA는 각국 유망주를 소개한 홈페이지 기사에서 최명호에게 '코리안 호나우두'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이번 대회에서 선풍을 일으킬 스트라이커로 지목했다.

최명호는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16세 이하) 선수권에서 왼쪽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로버트 알버츠 감독이 지도했던 한국은 8강전에서 북한에 0-1로 져 탈락했고, 북한은 준우승을 해 이번 세계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당시 대표팀 주무였던 여세진씨는 "알버츠 감독이 '9번(최명호) 선수가 무척 빠르니 조심하라'고 당부했었다"고 전했다.

1m72cm, 65kg의 탄탄한 체격을 지닌 최명호는 코트디부아르전이 끝난 뒤 "두 골을 넣어 자랑스럽다. 어떤 말로 이 기분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기뻐했다. 조동섭 북한 감독은 "이탈리아전도 오늘처럼만 한다면 8강 진출의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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