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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넘겼지만 "29불도 불안"|OPEC 유가-산유량배정 잘 지켜질까|비회원국들이 "태풍의 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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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13개국 석유상들은 12일간의 마라톤회의끝에 새로운 기준유가 배럴당 29달러, 총산유량한도 83년말까지 하루 1천7백50만배럴로 합의를 봄으로써 유가인하전쟁의 전면전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여기에는 OPEC내의 강경파인 이란이나 가격인하 경쟁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던 나이지리아등도 합의에 참여하여 OPEC는 지난60년 발족한 이래 23년만에 처음으로 단행하는 유가인하과정에서도 만장일치라는 과거의 전통만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중동의 석유전문가들은 런던 OPEC전체회의가 불과 l∼2개월전 3차례나 유산한끝에 극적인 타결을 이루긴했으나「마지못해 이루어진 형식적인 만장일치」에 지나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함께 새로운 합의내용이 잘 지켜질수도, 오래 지속되기도 어렵다는 전망들도 나돌고 있다. 이런 분석이나 예측은 합의과정에서 처음 비롯된것이 아니라 런던회의가 열리기 훨씬 전, 그러니까 지난해 하반기 산유국들의 딤핑판매개시 13차례의 OPEC전체회의결렬-영국과 나이지리아의 가격인하조치등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이미 드러났던 것이다.
이같이 29달러 유가체재에 대해 불안한 전망을 하는것은▲OPEC와 비OPEC국간의 대결▲OPEC내부의 갈등▲석유소비국들의 정책등 3가지 요인이 앞으로의 유가에 큰 변수로 작용할것이기 때문이다.
OPEC와 비OPEC간의 대결에서 우선 주목되는것은 영국으로 대표되는 비OPEC국들의 움직임이다.
OPEC일부 회원국들의덤핑에 대항하여 지난달17일 원유가격전쟁에 선두주자로 나섰던 영국은 배럴당 3달러씩 북한산원유가격을 인하, 노르웨이·이집트·소련등의 연쇄인하반응을 일으켰고 세계4위의 산유국인 멕시코도 이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였다. 뿐만아니라 그 여파는 현물시장까지 뒤흔들어 로테르담등지에서는 「유가 20달러선 시대」가 실현되기도했다. 이는 또 주요경쟁국이 나이지리아를 자극, 불과2일만에 영국보다 큰폭인 배럴당 5·50달러씩의 OPEC승인없는 일방적인 인하를 가져왔다.
이에따라 OPEC합의후의 유가체제는 당초 북한원유 33·50달러, OPEC기준유가 34달러, 나이지리아경질유 35·5O달러에서 거꾸로 뒤집혀 OPEC기준유가 29달러, 나이지리아경질유 30달러, 북한원유 30·50달러로 가장 낮은가격이던 영국이 가장 높은 가격으로 올라앉은 셈이 됐다.
앞으로의 유가체재는 영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볼수있는데 영국측은 이미 나이지리아유가 30달러가 OPEC에서 그대로 인정된다면 북한원유가격을 그이하로 내리겠다고 경고한바있다.
OPEC가 이를 받아들여 나이지리아경질유의 가격을 다시 조정해주지 않는한 영국등 북한원유의 재인하-I나이지리아의 일방결정으로 이어지는 가격전쟁은 피할 길이 없고 이에따라 OPEC의 새로운 기준유가도 다시 흔들리게 되는것이 필연적이다.
다만 그시기는 영국이 경고를 언제 현실로 바꾸느냐에 좌우될뿐이다.
다음으로는 OPEC 회원국들이 15%나 낮아진 가격에 총산유량 한도마저 종전보다 1백만배럴이나 낮아진 상황속에서 앞으로 닥쳐올 원유판매수입 결손을 경제적·정치적 위기없이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 하는 문제다. 특히 이란등 일부국가는 34달러의 종전 OPEC 기준유가 채제하에서 OPEC의하루 총판매량이 1천5백만배럴을 밑돌게되자 가격을 7∼8달러나 낮추어 배정된 쿼터보다 2∼3 배나 많은양을 암거래해 왔던터라 이번의 새로운 쿼터를 지킨다면 수입결손의 타격을 입게될 것으로 보인다.
OPEC는 이번의 5달러유가인하로 연간2백82억5천만달러의 수입결손을 보게되며 이중에서 이란은 베네쉘라와 비슷한 수준인 26억∼28억달러의 손실이 있을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최대의 원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연간1백10억달러의 엄청난 결손이 예상되지만 그동안 벌어들인 약2천억달러의 오일 달러를 비축하고 있기 때문에 타격은 상대적으로적다고 할수 있다.
이에 반해 3년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란과 이라크, 3백억달러의 부채가 쌓인 베네쉘라, 경제위기에 빠져있는 나이지리아, 이밖의 회원국들도 대부분 경상수지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수입결손이 주는 영향은 나라에따라 정치적 위기로까지 파급될 공산이 크다.
이때문에 이번 OPEC 전체회의에서 합의된 산유쿼터배정에 불만이 있는 나라들은 종전처럼 언제 또다시 쿼티를 어기고 자국만의 이익을 앞세워 증산한 원유를 암시장에 내다 팔지알수없는 일이다.
OPEC의 하루 총산유량은 지난3월초 1천3백90만배럴로 지난1월의 l천6백60만, 지난해 12월의 1천8백90만배럴에 비해 크게 떨어져있다.
이밖에 두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긴축정책과 대체에너지 개발에 나서고있는 세계의 석유수입국들이 유가인하에 따라 원유소비량을 얼마나 늘리느냐하는것도 유가체제유지의 중요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한때 5천6백만배럴수준까지 이르렀던 수입국들의 소비량은 최근 4천5백만배럴까지 떨어졌었다.
소비회복을 위해 가격이 5달러 인하되긴했지만 하루산유량 1천7백50만배럴이 수입국들에 의해 적정수준을 유지해가며 소비되지않는한 29달러의 새로운 기준유가는 지탱하기 어려을것이며 OPEC의 총산유량한도는 멕시코등 비OPEC국가들의 총산유량과도 보조를 맞추어야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두집단의 총산유량이 세계석유수입국들의 총소비량과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결과는 마찬가지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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