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로 배구대표 뽑진 않죠" 코트 홀리는 토종 거포 맞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프로배구를 대표하는 공격수 문성민(왼쪽)과 김요한은 출중한 외모와 뛰어난 기량을 지녀 대학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왔다. 두 선수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었다. 고마운 존재”라고 서로를 치켜세웠다. 지난해 12월 21일 천안 경기를 앞두고 손을 맞잡은 문성민과 김요한. [사진 현대캐피탈]

올 시즌 프로배구는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속에 치열한 순위다툼이 벌어져서다. 토종 거포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최근 부진했던 김요한(30·2m·LIG손해보험)과 문성민(29·1m98㎝·현대캐피탈)은 국내 선수 득점 1, 2위를 달리고 있다.

 김요한과 문성민은 대학 시절 맞수로 꼽혔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합작했다. 인하대를 나온 김요한은 “대학 때 매번 결승에서 맞붙었고, 국가대표팀도 같은 해에 들어갔다. 서로에게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대 출신인 문성민도 “좀 더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 거 같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좋은 라이벌이 될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서 만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김요한은 2007년 LIG손해보험에 입단했지만 문성민은 2008년 독일 리그(프리드리히샤펜)에 진출했다. 문성민은 터키(할크방크)를 거쳐 2010-2011시즌에야 한국에 돌아왔다. 김요한은 “솔직히 성민이가 부러웠다. 나도 해외 진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민이가 휴가 때마다 한국에 오면 외롭다고 하더라. 그래서 돌아왔을 때 안타까웠다”고 돌이켰다.

 순조롭게 프로 무대에 적응한 둘은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김요한은 손등을 두 번이나 다쳤다. 문성민은 지난해 6월 월드리그에서 왼 무릎 십자인대를 다쳤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여름 내내 구슬땀을 흘린 김요한은 리시브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2단 공격을 퍼붓고, 블로커 3명을 놓고도 과감한 공격을 펼치고 있다. 무릎 재활을 마친 문성민은 아가메즈가 퇴출되고 케빈이 영입되는 동안 팀의 해결사 노릇을 해냈다.

 김요한은 “결국 내가 세터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외국인 선수가 좋지 않을 때 내게 토스를 올릴 수 있도록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성민은 “우리 팀이 승리하려면 국내 선수들이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외국인 선수에게 볼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어린 선수들 사이에 (외국인 공격수가 점령한) 라이트 포지션이 기피대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두 선수는 모델같은 몸매와 얼굴 덕분에 여성팬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김요한은 “어릴 때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얼굴로 떴다’였다. 물론 빨리 이름이 알려지긴 했다. 하지만 얼굴로 대표선수를 뽑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성민은 “나는 잘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요한 형은 모든 사람이 인정할 만큼 잘 생겼고, 나는 라이벌이라는 것 때문에 요한 형한테 묻어간 거 같다”고 웃었다. 그는 “요한 형도 그렇겠지만 외모보다는 배구 잘 한다는 얘기가 더 듣고 싶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둘의 활약과 달리 소속팀의 성적은 초라하다. 2일 현재 현대캐피탈은 5위, LIG손보는 6위다. 그래서인지 둘은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 성적을 먼저 얘기했다. 문성민은 “내가 입단한 뒤 팀이 우승을 못 했다. 외국인 선수가 바뀌면서 달라지고 있다. 점점 우리 팀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요한은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빠르면 2월쯤 팀 이름이 바뀐다(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4일 KB금융지주의 LIG손보 인수를 승인했다). 심기일전해서 꼭 플레이오프에 가겠다”고 다짐했다. 

김효경·김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