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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포도주 색깔 냉장고 가전제품 '색의 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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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사진=박종근 기자

삼성전자 전략기획팀 정선희(사진) 책임 디자이너는 스스로를 '디자인 스트래티지스트(전략가)'라고 부른다. 개별 제품을 디자인하기 보다는 제품 전체의 아이덴티티를 구상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래서 그의 노트엔 디자인 스케치가 아닌 키워드나 플로차트(흐름도),다이어그램(도표) 등으로 가득차있다. 그의 첫 작품은 올해 초 선보인 '와인 시리즈'다. 포도주 색깔의 냉장고,에어컨 등이다. 자세히 보면 자주색과 검은색이 적절히 섞여 있고 아베마와 비슷한 모양의 페이즐리 무늬가 그려졌다. '싸구려처럼 보일 수 있다'는 당초 걱정과 달리 해외에서 '신선하다'며 주목을 받았고 시장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또 냉장고의 경우 표시창에 버튼기능도 첨가해 디자인을 단순화했다. 정씨는 "와인 시리즈는 전자제품이 아닌 가구라는 느낌을 주도록 했고,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을 기초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니멀리즘은 장식성을 배제하고 디자인을 극도로 단순화하면서 기능성을 극대화하는 실용주의적 디자인 사조를 일컫는다. 정씨는 "우리 업체들이 최근 세계 가전 디자인을 이끌어가고 있다"며 "실제로 외국 회사들이 이런 디자인 흐름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그 일례로 양문형 냉장고에 화려한 색깔을 입혀 '백색가전'이란 고정 관념을 깬 것을 꼽았다.

그는 KAIST 산업디자인과를 나온 뒤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건축 디자인 석사를 받았다. 그래서 산업 디자인에 예술의 숨결을 불어 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요즘 정씨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과 함께 미니멀리즘 2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번엔 버선코,한옥의 처마 등 단아한 우리 전통미를 응용하겠다"고 말했다.

글=이철재,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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