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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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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앙신인문학상 평론부문 응모작을 읽어나가면서 가장 크게 문제 삼았던 것은 비평의 방법과 논리의 문제였다. 문학비평은 정서의 영역에 근거하고 있는 문학을 논리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비평은 자체의 논리와 방법이 언제나 중요하다. 최종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주목했던 작품은 '불온함의 틈새, 틈새의 불온함'(이정선), '끝내 이야기로 남기 위하여'(장제형), '원근법과 풍경 그리고 주체의 길'(장시영), '타자로서의 열림 혹은 닫힘, 거리의 서사'(권채린) 등이다.

이정선씨의 글은 그 관점이 흥미롭다.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황진이'에 관한 세 가지 소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서사적 재구성의 여러 양상을 비평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세 가지 소설의 내용을 비교해가는 방법과 관점이 비평 자체의 논리로 체계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논리 전개 자체가 가볍다는 느낌을 준다. 장제형씨의 글은 이문구 문학의 언어적 특질을 규명하고자 한다. 기존의 평단에서도 비슷한 주제와 관련된 비평적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로서의 성격을 중심으로 하는 접근 자체가 문제성을 지닐 만하다. 그런데 이 글에서 끌어들이고 있는 벤야민.루카치.바흐친 등은 그 논리가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다. 장시영씨의 글은 오규원의 시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비평적 문체의 활달함에 신인으로서의 패기가 엿보인다. 그러나 시의 해석에서는 오히려 허술함을 많이 노출하고 있다. 시의 해석은 주관적인 의미 부여가 아니다. 객관적인 논리적 근거에 의해 가능한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권채린씨의 글은 문학을 대하는 방법과 태도의 진지성을 담고 있다. 윤성희의 소설세계를 분석하고 있는 이 글은 동시대인으로서 글쓴이가 느끼는 문제의식을 설득력 있게 피력하고 있다. 소설에서 그려지는 일상성의 문제를 밝혀내는 관점이나 주체의 모순과 타자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이 모두 빈틈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만큼 자기 논리에 대한 신뢰를 쌓고 있다는 증거이다. 글의 결말 부분이 좀 가볍게 처리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만, 자기 논리를 유지하면서 차분하게 비평적 주제를 심화시켜 놓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심사위원=김재홍.권영민(대표집필:권영민) ◆예심위원=박덕규.류보선.이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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