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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차선없는 도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파리의 도로에는 차선이없다. 버스나 택시의 전용차선만이,그것도 교통혼잡지역에나 간혹 그어져 있을뿐이다.
이상하게 여기는 외국인들에게, 파리사람들은 파리가 방사선도시여서 차선을 그을수없다고 설명한다.
현재의 파리는 지금부터 1백여년전 「나폴례옹」3세때의 시장「오스만」남작이 건설했다.
당초 방사선도로를 뚫은 것은 폭동진압에 편리했기 때문이란 말이있다.
개선문광장에 대포를 갖다 놓으면 반란군이 어느길로 몰려오건 대포를 이곳 저곳 이동하지 않고도 손쉽게 진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바둑판모양의 도로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튼 도로포장률 세계최고를 자랑하는 프랑스가 파리의 도로에 차선을 안긋는 것은 방사선운운만으론 설명이 약하다.
『트래픽』이란 프랑스영화가있다.
한청년이 경찰학교에서 열심히 교통정리법을 배워나와 실제로 교통정리를 했더니 교통이 더욱 혼잡해지고 사고가 잇따라 일어난다는, 그런 내용이다.
경찰관이 교통을 정리하면 길이 더 막힌다는 것을 풍자한 것이다.
한참 차들로 붐비는 러시아워때는 교롱경찰이 거리에 나서주기보다는 카페에 앉아 차나마셔 주는게 도로소통에 더 도움이 된다는 우스갯 소리도있다.
교통경찰이 교통소통에 더 방해가 된다는 것은 결국 파리의 도로에 차선이 없는것과 맥이 통한다.
프랑스사람들에겐 어떤 형태의 간섭이건 내버려두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처럼 각자가 「알아서한다」는 사고방식에 철저하다.
이「알아서한다」는 말도 바로 프랑스인들이 자주쓰는 말이다.
어느 가정에서나 부모들은 항상 자녀에게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말한다.
어릴때부터 알아서 하기에 익숙해진 프랑스사람들이고보면 딴은 차선이나 교통경찰관이 필요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이같은 사고방식은 이들의 개인주의와도 통하는것이지만 프랑스인들은 무조건 간섭을 싫어한다.
차선에 묶이기를 실어하고 교통경찰관의 교통정리마저 불필요한 간섭으로 치부한다.
서독사람들은 고장난 교통신호등 앞에서도 푸른불이 켜질때까지 기다린다거나 아무도 보지않는 밤거리에서도 교통규칙을 철저히 지킨다고 하지만 프랑스사람들은 좀처럼 그런 생각을 않는다.
그러면서도 교통사고율이 서독보다 낮다고 하니 여간 야릇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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