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범 몰렸던 40대, 피해자 증언으로 무죄받아

중앙일보

입력

혼잡한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 여성이 법정에서 “추행당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한기수 판사는 지하철에서 여성을 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박 모(4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해 8월 11일 오후 7시 지하철 1호선 동인천행 급행열차 안에서 김 모(31)씨 뒤에서 신체 부위를 15분간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박 씨가 왼쪽 손등을 피해자의 엉덩이에, 왼쪽 가슴을 어깨에 밀착하는 듯한 장면을 포착한 채증영상을 증거로 제시했다. 김 씨도 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서를 냈다.

그러나 재판이 시작되자 상황이 변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 씨가 “엉덩이에 접촉이 있었지만 가방인지 사람인지 몰랐고 감수할 수 있는 정도라 추행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이다. 성추행 당했다는 진술서를 쓴 이유에 대해서는 “경찰이 ‘박 씨가 추행했던 적이 많기 때문에 처벌을 받아야 하고 진술서를 써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해 진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박 씨는 추행 전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판사는 “피해자는 경찰관이 촬영한 영상을 보기 전까지 접촉 사실도 몰랐고 이를 추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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