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원의 힘…신한은행 꼴찌서 정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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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우승이 확정되자 신한은행 선수들이 챔피언 티셔츠를 입고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아줌마의 힘을 보여줬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돌아온 미시 가드' 전주원(33)이 지난 시즌 꼴찌였던 팀을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전주원(27득점.3어시스트.3가로채기)을 앞세운 안산 신한은행이 2005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19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지난 겨울리그 챔피언 춘천 우리은행을 60-56으로 꺾었다. 1, 2차전에서 완승한 신한은행은 5전3선승제 챔프전이 도입된 2001년 겨울리그 이후 처음 3연승으로 우승컵을 안은 팀이 됐다. 전주원은 기자단 투표에서 48표 전부를 얻어 사상 처음으로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3쿼터까지의 엎치락뒤치락 시소경기는 4쿼터 전주원의 '10분 쇼'를 위한 예비 무대일 뿐이었다.

37-40, 3점을 뒤진 4쿼터 1분쯤 전주원이 미들슛, 프리스로, 속공 등 다양한 메뉴로 점수를 쌓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틀어쥔 전주원은 4쿼터 중반 회심의 3점슛 두 방으로 우리은행의 기세를 완전히 눌러버렸다. 2분3초를 남기고 시간에 쫓겨 던진 전주원의 미들슛마저 골망을 통과해 스코어는 56-49로 벌어졌다.

지난해 3월 임신으로 코트를 떠났던 전주원은 신한은행에서 코치로 뛰다 올 여름리그에 선수로 복귀했다. 2004~2005 겨울리그에서 꼴찌를 한 팀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돌이 채 안된 딸 수빈이를 시댁에 맡기고 실미도 해병대 지옥훈련까지 소화했다. 전주원은 "후배들이 잘해 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울먹였다. 시즌 중에 맞은 수빈이의 돌(9월 9일)은 케이크 한번 자르는 '약식'으로 치렀고, 정식 잔치는 24일 농구단 창단 1주년 기념식과 겸해 하기로 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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