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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강의서 「데이트기법」전수까지| 대학가 신입생환영회 백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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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신입생을 맞는 각 대학가에는 신입생 환영파티가 한참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들 환영파티는 대학서클·학과별 또는 출신고교별로 가지각색 형태로 벌어진다.
후배들의 담력을 길러주기 위해 큰잔으로 술잔을 돌리는가하면 최근 들어서는 중도탈락을 면하는 법, 이성 사귀는 법 등 환영백태가 벌어진다.
이러는 가운데 선후배가 가까워지고 학창생활을 보람있게 보내는 방법을 터득하지만 더러는 과음으로 변사사건이 벌어지거나 디스코클럽 등에서 지나치게 흥청거리는 등 부작용도 없지 않다.

<술잔 돌리기>
고교시절 호기심에 숨어서 남모르게 한두 번 마셔보았던 술을 마음놓고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이 때.
선배들과 후배들이 섞여 앉아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 뒤 바로 이어 시작되는 이 잔치는 선천적으로 주량이 대단한 신입생의 경우는 즐거운 시간이지만 주량이 대단찮은 신입생에게는 괴로운 순간.
서울 제기동 골목 막걸리촌 「할머니네」 집.
고대 철학과 신입생환영파티장. 식탁 위엔 기묘하게도 막걸리통과 세숫대야가 놓여있다.
선배들과 신입생 50여명이 방안에 둘러앉아 통성명을 한 뒤 선배인 김모군(21·철학과 2년)이 일어나 선배들과 학교·학과를 간단히 소개한 뒤 막걸리 잔을 들며 잔치가 시작된다.
선배들의 「막걸리찬가」로 분위기는 무르익고 선배 김군이 후배들에게 대학의 전통의식이 담긴 술잔을 차례로 건넨다.
술잔은 세숫대야. 세숫대야를 빌리는 손으로 받아든 후배 이모군(19)은 선배의 주의사항을 듣는다.
음주시 3대 금기원칙인 이른바 「노털카」.
첫째, 마시는 도중에 술잔을 놓지 말 것.
둘째, 마시고 난 뒤 술잔을 털지 말 것.
셋째, 다 마시고 난 뒤 카소리를 내지 말 것. 이 세 가지의 첫 글자를 비슷하게 본뜬 것이 노털카. 이런 스파르타식 술 먹이기 환영회는 선배들이 후배를 길들이기 위한 포석인 셈.
이런 1차 환영회가 끝나면 일부 「주당파」들은 2차로 소주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가심 맥주파티로 자리를 옮긴다.
마지막으로는 학교 안으로 들어가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한때를 보낸다.
고대신문사의 경우도 신입생기자환영에서 대학신문기자로서의 담력을 키우기 위해 유명한 소주파티를 벌인다. 즉 점심과 저녁을 굶고 빈 속인 채 소주l병을 오징어다리1개를 안주 삼아 한꺼번에 마시는 것. 어지간한 주당이라도 KO되기 알맞은 상태.
신입생 박모군(20)은 이들 환영회가 『무작정 술만 마시기보다는 선배들의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알찬 환영회』가 됐으면 하고 바랐다.

<수강법소개>
졸업정원제로 탈락을 면키 위해 치열한 학점따기 작전이 벌어지고 있는 대학가에서는 신입생환영회에서도 강의 듣는 법에 관심이 집중.
서울대 인문계열에 입학한 박정태군(19)은 『대학생활의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도중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 잠을 이룰 수 없고 입맛조차 떨어진다』며 신입생환영회에서 강의 듣는 법을 묻는 학구파.
선배들은 조촐한 술자리가 벌어진 자리에서도 좋은 학점을 따기 쉬운 과목과 교수들을 소개하기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점수가 후한 교수들에게는 수강신청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에 재빨리 먼저 신청하지 않으면 수강할 수 없다. 이때 고교선배들이 어느 교수에게 빨리 신청하라는 등 작전을 지시한다.
「중도탈락」의 위협에 시달리는 캠퍼스에 새로 생겨난 신입생 환영 프로그램이다.

<디스코 파티>
디스코가 선풍적 인기를 누리자 신입생환영파티에도 등장, 신입생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외대 K고 동문회장 문모군(25)는 『이번에 입학하는 후배들의 환영회는 디스코클럽에서 할 계획』이라며 상대 여고 동문 측과 교섭이 한창이란다.
이 경우 수십 만원의 비용이 쉽사리 깨지고 자칫 「대학의 낭만과 지성」과는 거리가 멀어질 염려가 있는 등 문제점도 있다.

<이성교제강의>
고교선배언니들이 경양식집 등에 신입여학생을 초대, 미팅·서클활동 등을 통해 남학생과 어울릴 때 당황하지 않도록 강의한다.
내성적인 성격의 전남대 영문과 이숙양(21)은 『매년 선배언니들이 신입생환영회때 그런 자리를 만들어주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는 언니들이 남학생의 언행을 보고 사람됨을 판단하는 법, 데이트할 때의 자세, 옷 입는 법, 화장법까지 일러준다.

<티파티>
지난14, 15일 서울대 신입생등록 기간 중 철학과사무실에서는 커다란 냄비에 커피를 끓여 인문계열 학생들에 대한 환영파티를 벌였다.
신입생들이 계열별로 입학했기 때문에 누가 자기과의 정말 후배가 될지 몰라 간단한 환영파티만 벌인 것.
본격적인 파티는 신입생들이 2학년으로 진학, 자신들의 과를 선택할 때 「진입생파티」라는 본격적인 환영회를 열어준다.
티파티에서는 커피 한 잔을 놓고 학과선택 문제 등을 얘기한다.
【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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