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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당이냐…영입이냐 조심스런 타진 시작-1단계 해금자 맞은 신춘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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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금정국에 대한 전망은 두가지 정도로 대별될 수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이번 1단계 해금조치의 대상자들이나 정부·여당의 방침과 각 당의 입장 등으르 보아 해금이 현 정계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하리라는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이번 해금으로 정계개편이나 정국의 판도변화까지 가져오지는 않더라도 그동안 닫아놓았던 정치의 한 수문이 열린 것과 같으며 수량이 늘어나면 정계라는 들판에는 변화가 있게 마련이라는 전망이다. 해금정국의 가장 큰 변수로 볼 수 있는 정부·여당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해금영향의 최소화와 안정기조의 유지를 바라는 입장이다.
해금의 시기를 야당의 지구당개편대회,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로 잡은 점, 이른바 거물·중진들을 배제한 1차 해금대상의 선정 등을 보면 정부·여당의 최대의 관심이 현 정계의 보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해금이후의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여당의 기본입장은 해금자들이 가급적 「소리」를 덜 내면서 기존야당에 분산 수용되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해금이 구시대의 재현이 아니라 청산이 되어야한다는 개념은 바로 해금자들의 순응을 요구하는 말이다.
해금을 발표하면서 당국자가 해금인사들의 동참의지와 행동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이들의 태도가 2차 해금의 변수가 될 것임을 분명히 한 데서도 이런 입장은 나타나고있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해금자가 현 정계인물보다 더 각광을 받거나 그들끼리의 집단화로 해금자들이 정계의 독자적인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눈치다.
민정당이 해금자들에 냉담하고 다소 고자세를 취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해금자를 보는 민정당의 시각은 『화합의 측면에서 문호를 개방하겠으나 굳이 찾아 나서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되도록 많은 해금자들이 정치일선에 복귀하는 것을 포기 해주기를 더 희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금인사의 전원영입』 『적극환영』 등을 표방한 민한당으로서도 해금에 대응하는 속사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만은 않다.
해금자중에는 과거의 동지들이었지만 한동안 민한당을 비판적인 입장에서 보아온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순순히 민한당에 들어올지, 모처럼 이룩한 탈계보, 단일지도체제의 저해요인은 되지 않을지, 민한당에의 조력보다는 구 정치 또는 아직도 묶여있는 옛날의 보스를 더 대변하려하지는 않을지 등등……민한당으로서는 걱정스러운 요소도 많다.
무엇보다도 해금자들이 다음 선거의 라이벌로 등장할지 모른다는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게된 소속의원이 20∼30명에 이르는 만큼 영입문제도 말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해금자들 역시 마음을 정하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계속 묶여있는 사람들에 대한 부담감도 이들의 행동반경을 제약하는 요소다. 또 이들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기에는 각자의 현실적인 정치기반도 많이 퇴색된 데다 구심역할을 할 마땅한 인물도 없어 보인다.
이처럼 정부·여당의 방침, 민한당의 속사정, 해금자들의 현실적인 처지 등으로 보아 1단계 정치해금조치가 정계에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는 전망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해금이후의 정국이 지난날의 모습과 마찬가지일까.
꼭 그렇다고 만은 말하기 어렵다.
「영향의 최소화」는 어디까지나 정부·여당의 구상 또는 기대이지 현실이 꼭 그렇게 나타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왜냐하면 해금은1차 대상자의 인물구성으로 그 전도를 다 판가름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가 다시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정부·여당이 수력에 못 견뎌 수문을 연 것은 아니지만 수량이 늘어나면 들판에는 변화가 있게 마련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어느 의미에서 정부·여당에는 정치적 부담이 가중된 셈이다.
해금은 정치의 영역을 확대하고 행태를 다양화시킬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만큼 컨트롤하는데 전보다 많은 노력이 요구될 것도 불문가지다.
우선 민정당의 기대와는 달리 야당이 이를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도 중요하다.
야당으로서는 해금자들로부터의 방어도 중요하겠지만 해금을 정치의 목소리를 크게하는 계기로 활용할 것도 뻔하다.
발언의 수위도 높아지고 내용이 다양해질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선거가 가까와오는 만큼 개인의 이해가 첨예화되고 그런 현상도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야당의 방침이나 야당의 발언수위가 해금전의 수준에 그대로 머물지는 의문이다. 해금자들과 현역간의 경쟁적 「강경과시」현상이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또 상당수 야권 해금자들은 현재의 야당들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고. 체재의 피해자라는 심정적 요소도 갖고 있는 데다 계속 묶여있는 인사들 못지 않게 야당적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법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해금으로 인해 야권 내에는 강경무드가 에스컬레이트될 소지가 있고 그에 따라 정국의 전체분위기도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역동적 사태전개의 가능성은 앞으로 어떤 정치 이슈가 제기되느냐에 따라 커질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정부·여당이 「해금영향의 최소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치논란이 야기될 이슈의 제기자체를 막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따라서 구체적인 해금정국의 양상은 두고보는 수밖에 없지만 몇 가지 확실한 것은 △해금자들이 당장 어떤 정치적 선택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이 신당을 추진할 여건은 아닌 것 같다 △야권과 해금자들의 2차 해금요구가 커질 것 같다는 점등이다.
1차 해금이 요컨대 현 정치질서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상당한 변화의 기미는 내포하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한 판단일 것 같다. <전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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