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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지화, 후진타오 비서실장 재임 중 장쩌민·원자바오 등 간부 20명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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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장쩌민(左), 링지화(右)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링지화(令計劃)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이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정보를 이용해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자신의 정적들을 공격했다고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이 29일 보도했다. 링 부장의 낙마가 부패만이 아니라 당내 파벌 간 권력 투쟁과도 관련이 있다는 의미다.

 보도에 따르면 링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2003~2012년) 시절 당 판공청 주임(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추이하이룽(崔海榮) 기율위 제4실 주임이 제공한 정보를 활용해 장 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 부주석 등 20여 명의 당 핵심 간부들을 공격했다. 장 전 주석은 퇴임 후에도 자신의 측근과 원로들을 규합해 후 전 주석을 능가하는 권력을 행사해 ‘상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추이는 링의 회유에 넘어가 그에게 기율위 정보를 넘겼으며 2009년 국가부패예방국 부국장으로 옮겼으나 지난 2월 부패 혐의로 낙마했다.

 정적 공격은 주로 해외 언론을 활용했다. 예컨대 원 전 총리 가족 재산이 27억 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는 2012년 10월 뉴욕타임스의 보도와 장 전 주석이 불치의 전염병에 감염돼 사망했다는 2011년 4월 로이터 통신의 허위 보도는 모두 링과 그의 배후 세력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원 전 총리는 링 부장의 정치적 동지인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낙마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링의 낙마 이후 그의 친인척이나 추종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선풍도 불고 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人民網)은 29일 관영 중앙(CC)TV 여기자이자 링지화의 정부인 펑줘(馮卓·CCTV 시사뉴스부 부주임)가 수개월째 실종 상태라고 전했다. 중국 재신망(財新網)은 링 부장의 부인 구리핑(谷麗萍)의 남동생 구위안쉬(谷源旭) 헤이룽장(黑龍江)성 공안청 부청장이 최근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또 링의 측근으로 알려진 지빙쉬안(吉炳軒)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과 지의 동생인 지빙웨이(吉炳偉) 카이펑(開封)시 시장도 낙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은 이날 당 중앙 정치국 회의에서 “앞으로 당내 파벌이나 단체를 만들어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낙마한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과 링 부장이 당내 파벌을 만들어 이익을 추구했다는 점을 간접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신경진 기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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