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환자들의 마음의 벗이 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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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제들이란 그리스도와 같은 삶을 살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보다는 환자,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특별봉사에서 더욱 큰 삶의 보람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고독과 절망의 입원환자들에게 다정한 말벗이 되어주고 때로는 인생상담도 해주는게 본업(?)인 서울 명동 성모병원 원목 「리엄·매카론」신부(42·한국명 매리암)-.
원래 북 아일랜드 콜롱바노 수도회 소속인 매신부가 한국에 온 것은 지난 65년.
서울 교구의 왕십리본당에서의 가톨릭 대학생 지도(4년)와 구의동 본당(4년)을 맡았었고 지난해부터 성모병원 원목직을 맡았다. 그처럼 갈망해온 병원사목을 맡는데 뒤늦게 지각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는 70년∼8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모두 3년 동안 미국에 건너가 병원 사무의 실습교육을 받았고 서울교구에서는 강남 성모병원의 이문주 신부와 함께 2명 밖에 없는 병원사목 전공 사제이기도 하다.
『신학이론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일이야말로 정말 어려운 공부입니다. 책을 통해 익힌 신학이론이 현실적으로 적용될 때는 많이 달라지지요.』
매신부는 병은 몸과 마음이 함께 치료되는 「전인치료」라야 완전한 치료라는 것이다. 몸이 아픈 사람은 수술 공포감, 정신적·정서적 갈등을 겪는게 통례이기 때문에 의사의 의술상 육체치료만으로는 마음의 병까지 치료하긴 어렵다는 것-.
따라서 환자의 치료는 의료진과 사제의 합심봉사가 아주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매일 3시간씩 입원환자들을 방문, 신자·불신자를 가리지 않고 환자들의 자유스런 대화를 받아들이며 옛친구와 같은 말동무가 돼준다.
간호원을 통해 원목를 만나고 싶다면 언제든지 찾아가 주고 휴일(월요일)에도 병원내 숙소를 떠나지 않은 채 위독환자의 고해성사를 대비한다.
많은 환자들이 신앙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퇴원후 종교에 귀의하는지 안하는지는 확인을 못하고 있다는 것-.
매신부의 원목은 1백여명으로 구성된 평신도 자원봉사단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는다. 팀을 짜서 매일 교대로 나와 근무하는 이들 봉사자들은 「이동 도서실」을 각 입원실로 밀고 다니면서 원하는 책을 골라 읽게 해주고 기도를 원하는 환자들에게는 기도를 해주기도 한다.
현재 5백여권이 비치된 도서는 모두 원목실 예산으로 구입했다고.
『병원사목의 궁극목표는 환자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이끌어 주고 영영 가망이 없는 환자들에게는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갖게 해주는 일입니다』
매신부는 친척이나 친구의 문병도 한 달만 지나면 뜸해지는 장기입원환자들을 찾아가 만날 때 그 고마워하는 인정과 환자들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모든 고뇌를 털어 놓으며 위로를 기쁘게 받아들여줄 때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라고 했다.
신도 환자는 로만칼러의 복장만 보고도 금세 대화를 소통하는데 비신도환자들은 외국인이라 낯설어하며 영어를 못한다고 말벗이 돼 주겠다는 간청을 거부해 곤경을 겪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근 12주 코스의 임상사목 교육프로그램을 시작, 연중무휴로 계속하겠다는 매신부는 미국의 경우 신부나 목사원목이 없는 종합병원이 없는데 한국 종합병원은 거의 「전무」상태라고 안타까와했다.
그는 한국에서 병원 사목활동을 계속할 수만 있게 되면 귀국치 않고 일생동안 헌신하고 싶다고 했다. <이 은 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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