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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나칸’문화가 가득…종잡을 수 없는 여행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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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멜팅 팟(melting pot)이다. 길 하나만 건너면 문화와 언어가 달라진다. 싱가포르관광청 제럴딘 요(Geraldine Yeo) 북아시아 국장은 “문화의 접점을 따라가는 것이 다문화 국가인 싱가포르 여행의 진짜 묘미”라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말레이문화와 중국문화가 어우러진 페라나칸(Peranakan) 문화는 싱가포르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페라나칸 출신인 요 국장에게 페라나칸의 다채로운 매력을 전해 들었다.

1 카통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페라나칸의 전통 가옥. 말레이시아와 중국 양식이 섞여 있다.

싱가포르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여행지, 그게 싱가포르의 가장 큰 매력이죠. 싱가포르는 사람도 언어도 다채롭습니다.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중국계지만 말레이계·인도계도 있습니다. 영어·중국어·말레이어·타밀어를 공용 언어로 쓰고 있죠. 사람·언어·문화가 한 데 녹아 있죠.

인사드립니다. 2013년부터 싱가포르관광청 한국·일본 사무소를 책임지고 있는 요입니다. 한해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한국인은 50만 명이 조금 못됩니다. 많은 한국 여행자들이 마리나베이 샌즈호텔(Marina Bay Sands Hotel), 리조트월드 센토사(Resort World Sentosa) 등 복합 리조트에서의 럭셔리한 휴식을 즐기고, 싱가포르의 명동이라 불리는 오차드 로드(Orchard Road)에서 쇼핑을 즐기기도 하죠.

하지만 오늘은 제가 사랑하는 싱가포르를 소개하고 싶어요. 바로 페라나칸(Peranakan)문화를 즐길 수 있는 카통(katong) 지역입니다. 페라나칸은 싱가포르 원주민인 말레이계와 중국 이민자의 후손을 가리킵니다. 싱가포르 전체 인구의 2%도 되지 않아요. 하지만 싱가포르 문화의 뿌리를 지탱해 온 사람들입니다. 저 역시 페라나칸이예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가지요.

카통은 관광객보다 싱가포르 로컬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죠. 작은 동네지만 페라나칸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지요. 우선 카통에서는 건물을 눈여겨봐야 해요. 카통 거리를 걷다 보면 화려하고 독특한 색감을 자랑하는 페라나칸 전통 가옥을 둘러볼 수 있을 겁니다. 유럽에서 본 듯도 하고 중국에서 건너온 것 같기도 하답니다. 지중해풍 창문이 달린 2~3층 목조 건물에 중국식 타일이 붙어 있죠. 집 앞에 작은 마당이 딸려 있는 것도 특징이에요.

2 전통 의상인 케바야. 자수와 비즈로 화려함을 더했다. 3 말레이시아식 아침 식사 메뉴인 나시 레막.

카통 앤티크 하우스도 놓치지 마세요. 대대로 물려받은 페라나칸 전통 가옥을 박물관으로 만든 곳인데 전통 의복과 가구 등을 볼 수 있습니다. 페라나칸 전통 의상인 사롱 케바야(Kebaya)는 실크 원단에 자수를 놓아 화려하고 우아하죠. 눈으로 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여행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게 음식이죠. 견과류 안에 넣은 돼지고기 요리, 달게 양념한 쌀밥에 돼지고기 채소를 넣은 라이스덤플링 등 카통 지역 음식은 싱가포르에서도 독특하기로 유명합니다. 이런 매력 때문에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외국인도 카통으로 몰려들고 있죠.

시내 중심가에서 카통까지 차로 20분정도 더 이동해야 하지만 수고를 감내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싱가포르 속의 진짜 싱가포르를 찾고 싶은 분들은 꼭 들러주시길 바랄게요.

정리=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싱가포르관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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