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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경쟁력이다] 강원도 횡성 한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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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 횡성군 설성목장에서 기르고 있는 한우. 청결한 환경과 좋은 사료도 횡성 한우를 명품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1일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우항리 한우 플라자. 횡성축협이 운영하는 한우 매장 겸 식당인 이곳은 88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빈자리가 없었다. 대기표를 받은 고객들은 15~30분씩 기다려서야 자리를 잡고 횡성 한우를 맛볼 수 있었다.

원주의 시댁에 왔다가 두 번째 이곳을 찾았다는 김영옥(28.서울)씨는 "믿을 수 있는 데다 고기 육즙이 풍부하고 부드럽다" 며 " 지금까지 맛본 쇠고기 중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횡성 한우가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한우가 명품 반열에 오르면서 이를 취급하는 대형 식당도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소를 기르는 농가가 늘고 사육 두수도 강원도 내 최고를 기록하는 등 쇠퇴일로이던 축산업이 횡성의 핵심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명품이 된 횡성 한우=농협중앙회가 올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쇠고기의 브랜드별 인지도 조사에서 횡성 한우가 1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11월 농림부 축산물브랜드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1월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으로부터 '우수축산물' 인증을, 6월에는 농협중앙회에서 한우 부문 명품 인증을 받았다. 횡성 한우가 명품이 되자 이를 맛보려는 관광객이 횡성에 밀려들고 있다.

한우플라자에는 주말과 휴일은 물론 여름 휴가철 예약을 받지 못할 정도로 관광객이 찾는다. 이 식당의 올해 하루 평균 매출은 1200만원. 지난달 14일에는 식당 1700만원을 포함, 246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우플라자 점장 정주열(45)씨는 "주말과 휴일에는 점심과 저녁 시간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손님이 밀린다"며 "15명의 직원 이외에 5명의 아르바이트생까지 쉴 새 없이 손님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플라자가 관광객을 다 수용하지 못하자 6월 300명과 70명을 수용하는 한우 전문 식당이 횡성읍에 차례로 문을 열었다. 이 식당에도 관광객이 넘쳐나 한 식당은 예약을 받지 않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서울 양재점과 분당점에서 일주일에 각각 5마리 정도의 횡성 한우를 판매하고 있는 이마트는 소비자의 반응이 좋아 소를 더 공급해 주도록 요청했으나 횡성축협은 물량이 부족해 공급을 못 하고 있다.

◆ 어떻게 명품 됐나=횡성 한우를 명품으로 만드는 사업은 1995년 시작됐다. 횡성군은 전담 직원을 배치, 그해 9월 상표를 출원했고 96년 고급육 생산을 위해 500마리의 수소를 거세했다. 일본의 사례와 축산연구기관 연구 결과를 정책에 반영했다. 농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거세한 소 한 마리당 20만원의 거세 장려금을 지급했다. 인공수정비도 지원했다.

97년 12월 거세한 소 152마리를 첫 출하했다. 고급육으로 분류하던 1등급 출현(出現)율이 58%로 나타났다. 당시 1등급 출현율은 30% 내외가 일반적이었다. 이 때문에 횡성 한우는 98년 1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품질인증을 받았다. 99년에는 육가공 공장을 세웠고, 2000년에는 우수한 종모우 정액 1만 마리 분을 공급하는 등 품종개량을 시작했다. 2002년 횡성축협에 10억원을 지원해 198평 규모의 한우플라자를 세웠다. 지난해부터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전용 사료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횡성군 한우 명품화 사업은 정부의 시책에도 반영됐다. 2000년 정부가 거세 장려금 시책을 도입하자 군은 기존 장려금을 1등급 소를 출하한 농가에 출하 포상금으로 지급했으며 정부는 2004년 이 시책을 채택했다.

횡성축협은 올해부터 1등급 소를 출하한 농가에 3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군은 거세한 송아지를 자체 경매시장에 출하한 농가에 10만원을 지원하는 등 한우 명품화를 위한 새로운 시책을 계속 발굴해 운영하고 있다. 2002년 전담부서 한우명품계를 조직하는 등 11년 동안 군비 41억원을 포함, 100억원을 들여 명품화를 추진한 결과 지난해 말 횡성 한우의 1등급 출현율은 전국 평균(54%)을 웃도는 84%로 높아졌다.

◆ 한우 신활력사업=횡성군의 한우 명품화 사업은 정부로부터 신활력사업으로 지정돼 2007년까지 63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군은 여기에 군비 90억원을 보태 한우문화촌 건립, 홍보 및 마케팅 등 한우 관련 산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몫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횡성군 공근면 매곡리의 5만여 평에 들어설 한우문화촌은 상설 행사장과 박물관, 제2의 한우프라자, 전시관, 먹거리촌 등 횡성 한우의 모든 것을 체험하고 맛볼 수 있도록 조성된다. 지난해부터 이름을 바꿔 열고 있는 횡성 한우축제도 내용을 보완하는 등 한우 관련 전국 최고의 축제로 육성할 계획이다. 올해 축제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린다.

이찬호 기자

전문가가 본 성공 포인트
우시장 명성 살려 '업그레이드'

10년 전만 해도 횡성 한우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고 별로 평가도 받지 못했다. 지금은 횡성 하면 한우를 떠올린다. 어떻게 짧은 기간에 횡성 한우는 전국 최고의 명품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횡성이 한우에 주력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횡성 우시장에 착안해 한우를 지역특화 상품으로 육성했다. 우시장의 명성을 한우 상품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횡성 한우의 명품화 노력이 있었다. 계획적이고 과학적인 한우 육성 정책과 소비자들의 취향을 생각한 고품질 마케팅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국내 최초로 거세 고급육 생산을 시작으로 강원도축산기술연구센터 유치와 한우플라자 건립, 횡성 한우 상표등록 및 품질 인증, 한우 축제 등을 통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명품 브랜드를 일궈냈다. '믿을 수 있는 한우'는 횡성 한우 브랜드의 핵심 가치다. 명절을 앞둔 시점이면 늘 수입 한우가 국산으로 둔갑해 비싼 값에 팔린다는 뉴스가 나오고 사람들은 국산 한우를 사면서도 불안해한다. 횡성 한우는 이러한 불안감을 말끔히 씻어 주면서 한우 하면 떠오르는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횡성의 한우는 무에서 시작해 끊임없는 품질개선과 마케팅으로 명품으로 거듭났다. 시장의 크기가 얼마나 될까? 지역이 새로운 제품이나 브랜드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원래 없다. 그러나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시장을 찾고, 키워서 장악하는 것이 지역 활성화 전략의 핵심이다.

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www.tourlab.com

"11년간 쌓아온 한우 비법 전국서 전수 받으려 찾아"

"횡성 하면 한우의 고장으로 인정해 주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횡성군 축정산림과 한우명품계장 최종성(43)씨.

전국에서 유일한 이름의 직책을 맡은 최씨는 횡성 한우 명품화 사업의 산 증인이다. 1995년 횡성군이 명품화 사업을 시작할 때 8급 공무원으로 실무를 맡았고, 11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횡성 한우를 만들어냈다.

횡성 한우는 군과 축협, 농민 등 지역의 모든 축산인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는 최씨는 "그러나 사업 초기에는 마땅히 벤치마킹할 곳도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대관령축산고를 졸업하고 축산직 공무원이 된 최씨는 인터넷 등을 뒤져 자료를 모으고 축산 관련 연구기관을 찾아 조언을 받아 행정기관은 정책과 예산, 농업기술센터는 기술교육, 축협은 유통과 마케팅을 맡도록 한 횡성 한우 명품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거세하면 소가 잘 자라지 않고 망가진다'는 소문에 축산농가의 참여가 적었고, 중계수수료를 놓치게 된 소 상인들도 반발해 사업 추진이 여의치 않았다"는 최씨는 "이 때문에 거세 장려금 지급 등 각종 지원정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거세한 소가 출하되고 일반 소보다 높은 소득이 농가에 돌아가자 비로소 이 사업이 본격 추진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횡성 한우를 벤치마킹하려는 축산 관계자들이 일주일에 1~2개 팀씩 찾아와 이들을 안내하는 것도 큰 일이라는 최씨는 "정상의 브랜드를 만들고 다른 이들에게도 이를 알려준다는 데 자부심도 느낀다"고 말했다.

최씨는 "앞으로 더 많은 한우를 번식시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를 기르는 등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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