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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정상화 '청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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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퇴진 이후 대북사업을 놓고 속앓이를 해온 현대그룹이 한시름 놓게 됐다. 남북 장관급 회담에 참석 중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금강산 관광의 정상화 전망을 강하게 시사함에 따라 지난 한 달여 동안 흔들거렸던 '현대 대북 관광호'가 제 항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의 중재에 따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조만간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금강산 관광 등을 둘러싼 갈등을 풀 예정이다. 현 회장은 리 위원장과 ▶금강산 관광 인원 정상화 ▶개성 본관광 시작 ▶백두산 연내 시범관광 실시 등에 대해 입장을 교환하고 추진 일정을 다시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아산 측은 "통일부 장관의 중재로 대북사업 정상화 계기를 찾아 기쁘다"며 "추석이 지난 뒤 대북 사업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다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북측의 입장 변화가 어떤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이뤄진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김윤규 부회장의 일선 복귀 요구를 내친 현 회장의 뚝심과 당찬 태도가 빛을 발했다는 점이다. 현 회장이 12일 현대그룹 홈페이지를 통해 북측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을 때만 해도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남북 장관급 회담 첫날에도 북측 인사들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될 수 있다"며 현 회장의 입장 표명에 대해 가시 돋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북 사업을 할지 말지 기로에 있다'고 벼랑 끝으로 몰고간 현 회장의 방식이 결국 북측의 태도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현 회장을 남북경협의 파트너로 인정함에 따라 현대의 대북 사업은 현 회장 주도로 추진되게 됐다.

김윤규 부회장 "대북 사업 계속"

한편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은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민주평화통일 LA지역협의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계속 대북 사업을 하겠으며, 누구든 북측과 연결시켜 줄 수 있다"고 밝혀 자신의 길을 걸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부회장은 "대북 사업은 누구의 개인 사업이 아니고 민족 사업, 국가적 사업"이라며 "16년간 대북 사업을 추진해 온 만큼 대북 사업에 힘이 되고, 본인을 필요로 하는 한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현지에 커넥션이 있으므로 대북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사람이 있다면 연결시켜 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일부 언론에 보도된 대북 사업 독자 추진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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