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세는 되레 내렸다 … 물량 넘쳐나는 데 찾는 사람이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0면

"전세가 움직이면 월세도 덩달아 뜨는 법인 데 요즘은 딴 판이네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의 말이다. 이곳 전세시장은 지난달부터 활발히 움직이며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으나 월세는 가격이 내리고 거래도 안된다.

월세 시황을 나타내는 중요한 기준이 월세전환율(전세금에서 보증금을 뺀 금액을 월세로 돌렸을 때 적용하는 이자율)이다. 전환율이 0.5%라고 가정하고 전셋값 1억원 짜리 아파트를 월세로 계산할 경우, 보증금을 2000만원으로 잡으면 나머지 금액(8000만원)에 0.5%를 곱한 40만원이 월세인 셈이다. 전환율이 높을수록 월세가 비싸다는 뜻이다.

상계동의 경우 월세전환율이 월 0.6%선이다. 따라서 상계 주공 13평형의 전셋값(4500만원)에서 보증금 500만원을 제외한 금액(4000만원)을 월세로 돌리면 월 24만원(4000만원×0.6%)이 되는 셈이다.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지난해 말과 변함이 없으나 월세는 5만원 이상 내렸다. 전환율이 당시 월 0.8%였으나 지금은 0.6%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래가 안 된다는 데 있다. 상계동 럭키공인 박하순 사장은 "최근 들어 상계동 3차 뉴타운 후보지 지정 등으로 전세 거래가 비교적 잘 됐다"며 "그러나 월세는 찾는 손님이 없어 물건이 넘치고 임대료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월세가 외면받는 것은 경기회복이 늦어지면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월 단위로 지급하기보다는 목돈이 들더라도 전세로 계약하는 것이 주거안정에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일대 중개업소들은 전한다.

전셋값이 많이 오른 강남권은 상황이 조금 낫다. 서초구 서초동 삼호아파트 34평형 전셋값이 1억8000만~1억9000만원으로 두 달 전보다 2000만원 오르자 월세를 찾는 사람이 조금 늘었다고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했다. 보증금 3000만원에 월 100만원선에 거래가 된다. 그러나 전환율은 월 0.6% 수준으로 지난해와 같아 가격이 상승한 전세보다 소외받는 셈이다.

한편 내년 1월 30일부터 월세 중개수수료가 전세 수준으로 오를 전망이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월세 중개수수료 책정기준을 월세에 100을 곱한 금액과 보증금을 합산한 금액으로 정했다. 1억원짜리 전세의 중개수수료는 30만원이다. 이를 보증금 5000만원에 월 35만원짜리 월세로 바꾸면 중개수수료가 이제까지는 21만6800원(12개월 계약 기준)인데 앞으로는 30만원(34만원으로 계산되지만 한도액이 30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황성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