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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돈, 한국땅에 유입 … 2020년엔 현재 면적의 2배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4년 3분기 현재 중국인이 사들인 땅은 여의도의 1.4배, 세종특별자치시의 정부청사를 32개 지을 수 있는 면적이다. 서울 중구(9.96㎢)보다 넓고, 서울월드컵경기장 55개가 들어갈 수 있다. 전체 외국인 소유지는 231.419㎢로 국토의 0.2%다. 외국인 토지 가운데 중국인의 소유 면적은 5%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땅 매입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 양평과 강원도 횡성, 강원도 평창, 강원도 원주를 잇는 ‘영동고속도로 라인’이다. 이 일대는 처음 평창 겨울올림픽 이슈가 터진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인들 사이에서 땅 투기가 이어지던 곳이다. 이후 기획부동산 사기 등의 여파로 주춤했던 지역에 중국인들이 땅을 사들이고 있다. 충남 당진시에서도 지난해 중국인 10여 명이 동시에 소규모의 땅을 매입하는 등 평창과 비슷한 형태를 보였다. 양평군은 기존 거주자 간 상속분이 많다고 했다. 양평군청 관계자는 “주로 소형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기존에 양평에 주소지를 둔 중국인이 자신의 자식에게 상속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역별 면적당 중국인 땅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대구광역시(0.5%)다. 대구의 경우 각 구(區)별로 분석이 어려워 시 단위로 자료를 모았다. 제조업 공단이 많아 중국인은 많은 편인데 상대적으로 지역 면적은 좁아 높은 비율이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그 다음을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시, 서울 중구·서대문구가 잇는다. 중구는 전통적으로 중국 거주자가 많고 구 면적은 서울에서 가장 작다. 서대문구도 연희동과 연남동 일대에 전부터 화교 학교와 화교 마을이 형성돼 있다. 그 다음으로 비율이 높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는 최근 중국인 개인 한 명이 임야 10만여 평을 매입했다. 경북 칠곡군에서도 신도시 개발 뉴스가 나온 2012년, 중국인들이 토지 9만㎡를 사들였다.

무비자 정책이 중국인 투자로 이어져
중국인 토지 매입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제주도다. ‘이미 중국 땅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자 붐이 일었다. 성탄절을 앞두고 지난 23일 찾아간 제주공항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많이 이는 곳은 서귀포시 송악산 일대다. 중국 부동산 기업인 신해원 유한회사가 최근 송악산 뒤 토지 18만㎡를 매입해 리조트 ‘뉴오션타운’을 짓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제주도민과 의회 의원들은 “경관이 아름답고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허가를 내줘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아직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신해원의 송악산 토지 매입을 중개한 이학의 J여행사 대표는 “한국 건설업체들의 기술이 좋고 본토와의 거리도 가까워 중국 기업들이 제주도에 눈독을 많이 들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얼마 전 중국에서 돈이 많은 VIP 손님들이 제주도에 왔는데 중국 렌딩그룹과 녹지그룹이 사들인 땅을 보러 가자는 등 제주도 개발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제주도를 제대로 된 국제도시로 발전시키려면 외국 자본의 투자 또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가 중국인 땅 매입의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투자개발업체 관계자는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관광 정책을 펼친 덕에 관광 수요가 늘었고,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중국인 상인들이 제주도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과 교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제주시 신도심 일대의 모텔과 식당 건물을 중국인들이 대거 사들였다. 중국 사람들이 중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여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토지 잠식의 위치나 형태를 볼 때 중국인들 안에서만 소비가 이뤄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라산 아래 중산간 지역(해발고도 200~600m) 개발에 대한 문제도 찬반 여론이 거세다. 한라산 등반의 시작지 가운데 하나인 성판악 아래 서귀포시 토평동 일대엔 43만㎡가 넘는 부지에 중국어 간판이 달린 대형 리조트 공사가 한창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녹지그룹이 합작한 ‘제주헬스케어타운’이 바로 이곳이다. 일각에선 “중국 자본이 제주도의 경관을 다 망치고 있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

중국 의존도 너무 커지면 지역경제 위험
중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지역이 통째로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교수는 “중국은 국가적으로 개인의 관광을 통제할 수 있는 나라다. 센카쿠 열도 사태가 났을 때, 중국인들이 일본에 아예 발을 끊었던 것을 그 사례로 들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정확히 3개월간 제주도 여행을 금지할 경우 제주도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해외 카지노 여행에 대해 중국 정부가 엄포를 놓기도 했다. 자국 내 돈이 해외 카지노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가장 가까운 제주도 카지노가 그 표적이 됐다고 한다.

 주요 연구소의 전문가들은 중국 내 부동산 시장과 정치 상황의 여파로 돈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 땅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남효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진핑 시대에 들어서면서 중국 내 부정부패 척결 움직임이 강해지다 보니 기존의 돈 많은 중국인들이 자국 내 투자처보다 해외 투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2011년 중국 정부가 주택 가격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도 규제하고 투기 억제 정책을 썼다”며 “지난 9월 말께에야 규제완화 조치가 나왔기 때문에 그전까지 중국 내에서 돈을 굴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이 한국에서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일단 2009년엔 외국인이 부동산을 살 때 별도의 취득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법이 바뀌었다. 부동산거래신고만 하면 되는데 다해서 평균 3시간이면 된다고 했다. 일부 도서지역과 환경보전지역, 군사기밀시설 등 8369㎢를 제외하곤 어디든 허가받지 않고 구입할 수도 있다. 한국투자공사에 따르면 한국 토지 매입 시 재산세도 한국인과 큰 차이가 없다.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거두면,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외환은행장이나 한국은행 총재에게 신고만 하면 세후 금액 모두 해외로 반출할 수도 있다. 개인이 땅을 매각할 경우, 등기된 지 2년이 지나면 6~38%의 누진세율이 적용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한국 국적의 부동산 소유자와 차이가 없다.

조만간 일본인 땅보다 중국인 땅 많아져
지난 3년간 중국인이 사들인 추세대로라면 당장 2020년엔 중국인 토지 소유량이 25㎢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 토지량의 두 배가 된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인의 한국 내 토지는 꾸준히 줄고 있다. 다만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 내 토지 보유량이 계속 줄어들지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 보유량인 17.22㎢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중국인의 토지가 더 많아지는 시점은 2017년으로 전망됐다. 현재 하락폭을 반영할 경우 그 시기는 앞당겨질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재연 기자 qu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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