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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직선제, 정치성 강해 본뜻 어긋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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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호 12면

김춘식 기자

특별·광역시 구의회 폐지, 교육감 직선제 폐지, 군 가산점제 부활….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민감한 사안들이다.

논란 중심에 선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논란을 불러온 이는 심대평(73) 전 충남지사다.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장인 그는 이달 초 특별·광역시 구의회 폐지를 골자로 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18일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서 군 가산점제 부활을 핵심으로 한 권고안을 내놓았다. 행정·교육·국방에 걸쳐 굵직한 이슈를 동시다발로 내던진 심 위원장을 24일 만났다.

-지난 8일 발표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의 의미는.
“지방자치 시행 20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가 마스터플랜을 내놓은 셈이다. 단순한 참조 자료가 아닌, 국무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정부의 실천 의지를 담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난해 10월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17개 시·도를 순회하며 지역주민, 기초단체장, 기초·광역 의원, 해당 전문가, 실무 담당자를 두루 만났다.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얘기다.”

-기초의회를 없애자는 내용 때문에 시끌시끌하다.
“모든 기초의회를 없애자는 게 아니다. 특별·광역시 기초의회만 없애자는 거다. 서울을 예로 들어보자. 용산구 주민이 용산에서만 생활하나. 종로구·중구 등 도심으로 출근하고, 강남에서 저녁을 먹으며, 등산하려고 북한산으로 간다. 구 단위로 쪼개지 않고 서울시 전체가 하나의 생활권이라는 얘기다.
지방이라면 시·군이 역사적으로 하나의 생활권이었다. 하지만 특별·광역시의 구(區)는 대도시 행정 편의를 위해 임의로 나눈 거다. 그런 구에 독립성을 부여하는 게 과연 순리일까. 용산구 의회까진 불필요하며, 서울시 의회로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주민자치를 후퇴시킨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구 단위별 인구가 대략 40만∼50만 명이다. 이렇게 많은데 풀뿌리 민주주의가 가능하겠는가. 구의회 의원을 알고 있는 지역 주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오히려 주민자치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단위가 더 작아져야 한다. 대안으로 내놓은 게 읍·면·동 주민자치회다. 전국적으로 31개 지역이 시범 운영되고 있다.”

-구의회를 없애자고 하면서 서울시 구청장은 직선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순 시장을 견제하려는 거 아닌가.
“오해다. 어차피 의회가 없어지면 의결권이 없어져 재정 등 자치 기능은 사라진다. 구청장이 투표로 선출돼 봤자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특별·광역시 산하에서 단지 행정기능을 수행할 뿐이다. 다만 서울시의 경우, 구가 25개나 돼 시장이 모든 구청장을 임명하면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것을 우려해 직선제를 권고했을 뿐이다.
이번 종합계획은 하나의 생활권이면 동일한 행정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강남·서초구 주민은 출산장려금을 100만원 받는 반면, 성북·도봉구 주민은 50만원을 받는 게 과연 공정한 것일까. 광역 단위 행정으로 이런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 구청 간 중복 투자를 막고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교육감 직선제는 왜 폐지하려 하나.
“핵심은 직선제냐 아니냐가 아니다. 행정과 교육을 분리하는 게 과연 맞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다. 현재의 단체장 선출 방식을 국가에 그대로 적용하면 일반 대통령과 교육 대통령을 따로 둬야 하는 거 아닌가. 복지가 중요해지는 현실을 반영해 ‘복지감’을 별도로 선출해야 하나.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는 분리보다 서로 연계하고 통합하는 게 맞다. 이런 차원에서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점을 적시했다. 우선 교육 경력이 전무한 사람도 교육감이 될 수 있게끔 한 대목은 잘못됐다.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자치를 하려 했는데, 오히려 선거로 인해 정치성이 강해지는 건 모순 아닌가. 게다가 보수·진보로 갈려 편 가르기, 이념 편향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나.
“뵙진 못했다. 하지만 종합계획안 발표 과정에서 김기춘 비서실장 주관 회의가 있었고, 국무회의 심의 의결 과정에서 대통령 서명도 받았다. 대통령의 뜻은 분명히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군 가산점제를 새삼 제기한 이유는.
“가산점제보다는 군 성실복무자 보상제도로 명명하고자 한다. 남녀 간 문제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헌신·봉사한 것에 대해 사회적 예우를 하자는 취지다. 1999년 헌재의 위헌 결정 요지는 “입법 목적 자체는 정당하나, 차별로 인한 불평등 효과가 커 비례성을 상실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보상 비율을 과거 5%에서 2%로 낮췄고, 부여 횟수를 5회로 제한했다. 인원도 전체 합격자의 10% 이내로 했다. 모병제를 실시하는 미국에서도 79년 군 가산점제에 대한 위헌소송이 제기됐으나 연방대법원에서 합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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