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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부 쉬워요 틴틴경제] IP 공유 추가요금, 왜 문제가 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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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이 인터넷프로토콜(IP) 공유기를 쓰면 추가요금을 물리겠다고 나섰습니다. 네티즌들은 "부당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IP공유가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IP 공유란=초고속 인터넷 한 회선에 여러 대의 컴퓨터를 연결해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단 IP 주소가 뭔지 알아볼까요?

IP 주소는 내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될 때 받게 되는 사이버 주소를 말합니다. 내 컴퓨터 주소가 있어야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겠지요.

IP는 인터넷 업체에 접속할 때마다 다른 주소를 내려받게 됩니다(유동 IP). 물론 전용선을 쓰면 늘 같은 주소(고정 IP)를 갖게 되지만 VDSL이나 케이블 모뎀 등 일반적인 인터넷 사용자는 대부분 유동 IP를 씁니다. IP 주소를 받았으면 이제 마음껏 웹 서핑을 즐기면 됩니다.

하지만 컴퓨터 한대로는 불편할 때가 많지요? 좋아하는 게임을 하려는데 어머니가 쇼핑 사이트를 열심히 검색하고 계시네요. 이런 경우 IP를 공유하면 두 명이 모두 인터넷을 쓸 수 있습니다. 데스크톱 컴퓨터에 랜카드 두 개를 꼽고 윈도의 공유기능을 이용해 서버로 설정하면 아버지의 노트북 컴퓨터를 연결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IP 공유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버 설정 등 귀찮은 절차 없이 공유기에 인터넷 선을 연결하고 랜 선으로 두 컴퓨터를 공유기에 연결만 하면 됩니다. 컴퓨터 5대까지 연결할 수 있는 제품이 3만원 정도에 팔립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요.

편지를 주고받는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더 쉽습니다. 집 주소가 적힌 편지를 보내면 우체국에서 상대편에 전달했다가 답장이 오면 우리집 우편함에 넣어주지요. 인터넷도 똑같아요. 자신의 IP주소가 적인 데이터 뭉치(패킷)를 통신업체 서버(우체국)에 보내는 것입니다. IP 공유는 우리집 우편함(공유기)을 만들고 방(컴퓨터)마다 주소를 지정해(사설 IP) 여러 명이 동시에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셈입니다.

◆왜 IP 공유가 문제가 되나요=통신업체 입장에서는 여러 컴퓨터가 한 회선을 사용하게 되면 트래픽(데이터 이동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사용하는 만큼 요금을 더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KT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을 많이 쓰는 상위 5% 네티즌이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50%를 유발해 추가 회선을 확보하는 데 해마다 500억~600억원이 든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KT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기업 가입자의 55.1%가 공유기를 사용하며 공유기마다 6.6대의 컴퓨터를 물려 놓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정 가입자는 11%가 공유기를 이용해 1.6대의 컴퓨터를 연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신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이나 하숙집 등에서 초고속 인터넷 한 회선에 수십 대의 컴퓨터를 연결해 쓰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에 따라 KT는 7월부터 두 대까지는 공유를 허용하되 세 대째부터 컴퓨터 한 대에 5000원씩 추가요금을 물리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업계 2위인 하나로텔레콤이나 새로 초고속인터넷사업에 뛰어든 파워콤도 공유기에 추가요금을 물리는 약관을 마련하고 연말이나 내년부터 추가요금제를 적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네티즌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요. 정당한 요금을 내고 연결한 인터넷 회선을 나눠쓰는 것은 통신업체가 간여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부 네티즌은 "집에 배달된 자장면을 몇 명이 나눠먹든지 중국집 주인이 왜 간섭하느냐"고 항변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통신업체들은 "자장면 한 그릇 값을 내고 여러 그릇 먹는 셈"이라고 반박합니다. 문제는 초고속통신망이 발달하면서 더 복잡해졌습니다.

네티즌들은 커다란 쟁반자장 한 그릇 값을 냈다고 생각하는데 비해 통신업체들은 자장면 1인분 값만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니까요. 통신업체들은 "1인분 값만 내고 여러 그릇을 먹는 일부 사용자 때문에 재료비와 배달 시설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가고 결국 일반 소비자들은 비싼 자장면 값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추가요금을 내야 할까요=통신업계의 논리를 인정한다 해도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몇 대의 컴퓨터를 물려 쓰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접속하는 IP 주소를 추적하는 것인데 우편의 예를 들면 한 집 주소에서 한꺼번에 부산.광주.제주로 편지를 주고받는다면 세 사람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추정이기 때문에 여럿이 사용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편지를 뜯어봐야 합니다. 남의 편지를 함부로 뜯어보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겠지요. 다른 문제는 형평성입니다.

'틴틴'은 컴퓨터 한 대로 하루종일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공유기를 쓰는 '경제'는 부모님과 함께 하루 한 시간씩만 인터넷을 이용한다면 누가 돈을 더 내야 할까요? 결국 IP마다 사용량을 체크해 쓰는 만큼 요금을 물리는 것이 가장 공평하겠지요. 이것을 '인터넷 종량제'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에 제기됐던 이 제도는 네티즌들의 반발로 일단 백지화 됐습니다. 당장 도입하라고 해도 통신업체들이 IP마다 사용량을 파악하는 장치를 만들려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하네요.

그래서 나온 궁여지책이 IP 공유기에 추가 요금을 물리는 방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같은 문제를 모두 수긍한다 해도 의문은 남습니다.

통신업체들은 일부 과다 사용자 때문에 요금이 비싸진다고 했지요? 그렇다면 공유기에 추가 요금을 물린 만큼 다른 사용자들의 요금을 깎아 줘야 할 텐데,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네요. 통신업체들을 일단 한번 믿어줘야 할까요?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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