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논술방 우리들의 수다] 행복을 주는 이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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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름을 바꾸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다. 내가 바꾸고 싶은 이름은 외롭고 슬픈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들이다. 비록 이름뿐이지만 외롭고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슬픔을 덜어주고 싶기에 그들을 부르는 이름을 바꿨으면 좋겠다.

고아원이나 양로원, 또는 자폐아를 생각하면 슬프고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 든다. 안 그래도 쓸쓸한데 이름에 '고아'나 '양로', '자폐'라는 말이 들어가니 더욱 쓸쓸하게만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 분들이 힘을 갖고 살도록 이름이나마 밝게 지어주고 싶다.

우선 '고아원'을 '천사원'으로 바꾸어 고아들에게 천사 같은 맑은 영혼을 주고 싶다. 이렇게 하면 엄마.아빠를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덜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양로원'을 '우정원'으로 바꾸어 혼자 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더 이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을 드리고 싶다. '우정원'이란 이름에는 그분들이 서로 의지하며 힘차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과 우리 모두 아들딸이나 손자가 되어 정성스럽게 대하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자폐아'를 '꿈꾸는 아이'로 바꾸고 싶다. 이 이름에는 자폐가 있지만 꿈을 가진 아이가 되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내가 모르지만 슬픔과 외로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힘겹게 사시는 분들을 부르는 이름을 따뜻한 이름으로 바꿔 불렀으면 좋겠다. 아니 이 세상에 더 이상 슬프고 외롭고 힘든 곳이 없어져서 바꾸고 싶은 이름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김진영 (을지초 4년)

[총평] 넓은 시각 보태면 훌륭한 논객 가능

▶ 학림논술아카데미 박기복 연구원

진영이는 어린아이가 상상할 수 있는 재기발랄한 의견과 이유를 적절히 들었다. 그러나 전혀 엉뚱하거나,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
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내용에서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진영이는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우리가 이름을 바꾸려고 하는 이유는 인식을 바꾸려고 하는 것도 있고, 다른 이름을 붙임으로써 좀 더 인식층을 확대하려는 것도 있다.

이렇게 보자면 굳이 슬프고 외롭고 힘든곳에만 새로운 이름을 붙인다는 생각은 짧은 소견일 수 있다. 더욱 중요한것은 새로운 이름을 지어 부름으로써 일반사람들의 인식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외롭고 힘든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작은 힘의 시작이 될 수있다. 전체적으로 진영이는 안정감 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글쓰기 훈련을 많이해본 솜씨다. 여기에 좀 더 넓은 시각을 더한다면 훌륭한 논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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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제=최근 학교가 반 회장이나 전교 회장을 뽑느라 분주합니다. 요즘은 직접 투표보다는 전자 투표를 채택하는 학교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새로운 선거방식에 흥미를 나타내고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선거 방식이 나타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보내 주세요. (600±10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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