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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내 공부 스타일 문제점을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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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학생이 자신의 공부방법에 대해 학습매니저와 상담을 하고 있다.김태성 기자

시험성적이 떨어지거나, 공부를 해도 성적이 안 오르면 별생각 없이 학원을 더 다닐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유명 강사의 수업을 듣고 족집게 과외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학생 가운데는 '공부방법'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많다. 공부는 결국 스스로 하는 것이다. 자기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익히는 게 공부를 잘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실제로 공부방법을 바꿔 성적이 크게 오른 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학습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공부방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서 성공했다. 이들의 사례를 통해 나에게 맞는 공부법은 무엇인지 탐색해 보자.

#1.공부량은 많은데 성적이 안 오른다=고1 김성진(16)군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스타일이었다. 하루 종일 사용한 시간을 분 단위까지 꼼꼼하게 공책에 적을 정도로 시간도 철저히 관리했다. 방학 때는 하루에 7시간씩 혼자 공부했다. 학원 수업 6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반이상은 공부에 투자하는 셈이었다.

당연히 방학 뒤 중간고사에서 성적이 크게 오를 거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직전 기말고사보다도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반 11등, 전교 127등).

성진이의 문제는 집중력이었다. 공부할 때 눈으로 글을 읽기는 하지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았다. 진도는 다 나갔고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물어보면 내용을 몰랐다. 외국어영역은 모르는 단어를 정리만 하고 외우지 않았고, 수학도 틀린 답을 읽어만 볼 뿐 다시 풀지 않았다. 성진이는 공부스타일을 바꿔, 공부한 내용을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사회 같은 암기과목은 책을 한두 번 읽고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기 전에 꼭 내용을 테스트했다. 문제를 풀고 왜 틀렸는지를 분석하면서 스스로 '내가 이 내용은 암기하지 않고 이해만 하고 지나갔었구나'라고 깨닫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암기과목은 '이해'가 아닌 '암기'를 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다.

수학은 응용문제를 풀었다. 수학의 경우 공식을 암기만 해서는 안 되고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야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부한 내용을 상대에게 말로 설명하는 연습을 통해 이해력을 높였다.

두 달 뒤 기말고사에서 반에서 4등, 전교 47등으로 성적이 껑충 뛰었다. 특히 '배우는 게 즐겁다'는 걸 깨달은 게 큰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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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초가 부족하고 공부 의지가 없다=중학교 3학년인 김현철(15.가명)군은 "공부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맞벌이인 부모는 직장일 때문에 아이의 학습에 관심을 쏟지 못했다. 교과서도 잃어버린 게 많았고, 학원 교재들 말고는 변변한 문제집도 없었다. 집에서는 주로 엄청난 양의 판타지 소설과 만화책을 탐독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현철이의 가장 큰 문제는 꿈이 없다는 것. 학습매니저가 장래희망을 묻자 "일용직 노동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느 분야를 희망하느냐는 질문에도 "아무거나 하죠"라고 답했다. 공부할 이유 자체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학습매니저는 미래의 목표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현철이는 고심 끝에 '판타지 소설 작가'가 되기로 장래 희망을 결정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문학과에 진학하겠다는 진로도 정했다.

그리고 학원을 모두 정리했다. 그동안 다녔던 영어.수학 학원은 수업 수준이 터무니없이 높아서 오히려 학습의지를 꺾었기 때문이다. 대신 시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학습실에서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는 기초를 탄탄히 하는 것을 위주로 했다. 수학은 기초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1학년 문제집을 조금씩 매일 풀어갔다. 영어는 문장을 해독하는 센스는 있으나 어휘력이 중 3 수준에 못 미쳤기 때문에 '우선순위 영어단어'를 하루에 15개씩 암기했다. 사회는 참고서나 자습서가 아닌 교과서를 반복적으로 읽었다. 국어는 4권의 문제집을 시험범위까지 반복해서 풀었다.

차근차근 밟아나가자 성적도 자연히 올랐다. 중간고사 때는 40점대이던 것이 기말고사에서는 60점대 후반으로 상승했다. 기초가 부족한 수학.과학에서 점수가 깎여서 아깝게 70점을 못 넘겼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3.학원에 매여 있다=공부 욕심이 많고 머리도 좋은 편인 강철수(15.중3)군.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MBA를 이수하고 국내 유수 기업의 CEO가 된다는 멋진 꿈이 있었다. 하지만 성적은 전 과목 평균 90점으로 목표에 못 미쳤다.

분석결과 철수는 너무나 많은 학원과 과외에 치이고 있었다. 영어와 수학은 각각 과외와 학원 수업을 하나씩 총 4명의 강사에게 수업을 듣고 있는데 교재가 서로 달라 효율성이 떨어졌다. 과학도 학원에서 내신과 선행학습을 병행하다 보니 집중도가 약했다. 그런데도 '무슨 학원을 더 다녀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었다.

학습매니저는 수학 한 과목만 빼고 학원을 모두 끊게 했다. '남들이 다 하니까' '불안해서'가 아니라 정말 스스로 여기기에 부족한 부분만 수강하게 한 것이다. 대신 학습실에서 혼자 공부를 시작했다. 학원 수업과 학원 숙제에 쫓겨 그동안 하지 못했던 예습.복습을 이 시간에 할 수 있었다. 자연히 더 깊이 공부하게 됐다. 또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회복했다.

5개월이 지나자 성적은 평균 94점(반 2등, 전교 15등)으로 올랐다. 지금은 반 1등, 전교 5등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더불어 그동안 너무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되면서 친구관계도 더 좋아지는 효과도 거뒀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도움말=에듀플렉스 이학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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