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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의 행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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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영·불·로인, 셋이 모여 행복에 관한 토론을 하고 있었다.
영국인=『일을 끝내고 피곤에 지쳐 집에 돌아와 벽난로에 앉아서 따뜻이 발을 녹여보게!』 불란서인= 『영국 사람은 멋이 없단 말이야. 여행을 하며 좋은 음식과 좋은 포도주를 흘기며 시를 읊어 보게!』
러시아인은 빙그레 웃으며 자신의 행복에 관해 말했다. 『자네들은 나의 행복을 모를 걸세. 새벽 4시 문을 두드린 사복 신사가 「이반 이바노비치, 당신을 체포하러 왔소!」라고 할 때 「미안하지만 그는 벌써 이사를 갔소」라는 말을 했다고 상상해 보게!』
새벽의 방문자가 누군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코미테트 고수다르스트베노이 베조파스노스티 (국가보안위원회)-, 바로 KGB당원.
근착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무려 70만명의 이런 KGB요원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그 대부분은 소련 국내에서 러시아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 바다와 육지. 6만6천5백52km에 달하는 소련의 국경을 감시하는 것도 역시 이들이다.
물론 국외 활약도 대만해 소련 대사관 직원의 30%가 KGB요원이라고 한다. 특히 유엔이 있는 뉴욕엔 1천명 이상의 소련 스파이들이 동분서주.
그들의 신분도 「외교관」만이 아니다. 타스통신, 아에로플로트 (국영 항공), 노보스티 통신, 상사원 등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정보 위성 시대에 재래식의 스파이 활동은 별로 큰 의미가 없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이제 『인간 스파이 시대는 지나고 IBM스파이 시대가 왔다』고 말할 정도다.
가령 「빅 버드」로 불리는 미국의 스파이 위성은 상공 1백50km 내지 1백60km의 궤도에서 지상의 자동차 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인공위성에 의한 정보 수집 능력은 특히 장거리 도청 시스팀에서 엿볼 수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 앉아 모스크바의 어느 집 안방에서 찻잔을 놓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IBM으로 대신되는 컴퓨터의 거짓말 같은 위력이다.
KGB의 해외 정보 수집 활동도 따라서 기술 정보에 집중되고 있다. 타임지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과 볼티모로 이어지는 「첨단 기술 회낭」, 남 캘리포니아의 우주 항공 지대, 샌프란시스코의 반도체 단지인 실리콘 밸리 등이 KGB요원의 활동 무대다.
이들은 대부분이 상당 수준의 과학자와 전문가들.
l930년대와는 달리 대학 졸업자며 외국어에 능통하고 출신도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대우도 좋다.
새삼 기술 전쟁 시대를 실감할 수 있다. 오늘의 강대국은 국토의 넓이나 폭탄의 양으로 가늠할 수는 없다. 결국 누가 얼마나 기술을 갖고 있느냐가 강·약의 척도가 되었다.
소련은 핵미사일의 수에서 미국을 압도한다지만, KGB는 미국의 뒷마당에서 기술을 훔치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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