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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안보 전략에 일치|슐츠 미 국무, 방한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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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지·슐츠」미 국무장관의 이번 방한성격은 6일의 한미 외상회담에서 양국 외상이 서로 자리를 바꾸어 회담을 한 파격적 의전절차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양측 외상이 서로의 보좌진과의 협의 없이도 회담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과시이자 양측이 이번 회담을 통해 꼭 풀어야 할 쟁점이 없다는 간접적인 시사였다. 이같은 분위기는 「슐츠」장관이 2박3일간의 서울 체류 중 전두환 대통령·김상협 총리·이범석 외무장관 등을 만나 요담하는 동안 줄곧 연장됐다. 「슐츠」장관은 방한목적이 미국의 확고한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는데 있다고 스스로가 미리 밝혔듯이 그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한미 안보협력의 강화를 다짐했다.
그는 한국군 현대화를 위해 도입되는 미국의 해외 군사 판매차관(FMS)의 규모가 적고 조건이 나쁘다는 우리측의 지적에 적극적인 동감을 표시, 한국 입장이 가능한 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미국 측 소식통은 「슐츠」장관도 83년도분 대한 FMS 몫으로 2억1천만달러를 승인해 줄 것을 요청 받은 미 의회가 7천만달러를 깎은데 대해 불만이며, 그 규모를 다시 늘리고 조건을 개선하는 내용의 추가 군원안을 미 의회에 제출할 방침임을 확인했다.
「슐츠」장관은 미국이 중공에 제공하는 무기가 북한에 흘러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우리측 우려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확약한 것으로 소식통은 전했다.
「슐츠」장관은 북경에서 서울로 오는 기자회견을 통해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만족할만한 현상유지에 효율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 현재의 주한미군 3만9천여명의 병력수준을 유지시킬 것임을 시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슐츠」장관은 또 미일 군사 협력내용을 한국에 통보할 것에 합의했으며, 중부유럽의 SS-20 중거리 핵미사일을 극동에 재배치하는 식의 소련 극동 군사력 증강을 초래해 동북아의 안정과 안보에 유해한 결과론 낳게 될 미소 군축협상은 결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미 양측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에 이같이 기본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우리측이 수년래의 현안으로 요청한 미 면허 방산품(재래식무기)의 제3국 수출확대문제에 대해 「슐츠」장관은 이렇다할 언질을 유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슐츠」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일양국에서 다시 큰 관심을 보였던 남북한 교차승인문제에 관한 한미간의 협의는 드러난 결과로 보면 예상보다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의 동북아 방문에 앞서 한미관계자들은 교차승인문제가 외상회담에서 거론될 것이며 「슐츠」장관은 그에 관해 새 방안을 제시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또 「나까소네」 일본수상은 정초의 한일정상회담 때 한국 측이 1차적으로 일·중공간의 남북한교차 승인이라는 새로운 단계적 접근방식을 제시, 그 실현을 위해 일본이 중공 측과 협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일본 측은 「슐츠」장관이 북경을 방문, 1차적으로 중공지도자들과 이 문제를 협의한 내용을 전해듣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해서 오는 18일 방중 하는 「니까이도」자민당 간사장을 통해 남북한 교차승인에 관한 중공 측과 협의를 진행시키겠다는 입장을 갖고있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교차승인 문제에 대해 「슐츠」 장관이 후대하는 미국의 새 방안과 중공 측의 반응이 어떨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다.
외상회담에서 교차승인문제를 제기한 우리측에 대해 「슐츠」장관은 한미간에 관련되는 모든 문제를 좀더 신중히 검토해보자는 식의 미래형의 반응을 보였고, 전 대통령과의 요담에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에는 그의 북경방문이 본질적으로 미·중공관계개선에 있었고, 또 남북한 문제에 대한 그의 구상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데다가 중공 측이 한반도문제로 미·중공관계의 초점을 흐리게 하고 싶지 않다는 미온적 반응을 보인 것 등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그의 수행기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슐츠」장관은 우리측에 북경방문을 설명하면서 남북한 문제는 공식으로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슐츠」장관은 10분간 면담한 한서 중공 외교차관이 팀스피리트 훈련에 관한 북한측의 항의를 사무적으로만 전달했으며, 그 표정은 매우 시큰둥한 것이었다고 우리측에 절명한 것으로 한 고위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한서는 중공이 남북대화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슐츠」 장관이 기상회견에서 교차승인은 남북한간의 화해를 바라는 상징이나 자신은 그에 관해 특정한 구상(Specific Reaction)이 없다고 말하고 북한이 한국의 대화제의에 조금만 탄력성을 보인다면 대화 재개에 생기를 불어 담을 수 있다고 아쉬워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슐츠」 장관의 이 말은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중·소간에 아직은 교차승인의 시기가 성숙되지 않았다는 미·중공간의 공통적인 정세분석일 가늠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미·중공은 교차승인시기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남북대화 재개가 선행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슐츠」장관이 지난 9월과 이번 등 두 차례 한미외상회담을 가졌고, 뚜렷한 현안이 없는데도 불과 2개월 후 이 장관을 워싱턴에 초청한 것은 그의 바쁜 일정을 감안할 때 극히 이례적인 것이어서 그때 교차승인문제를 포함한 남북대화재개에 대한 미국 측의 새로운 구상을 제시할 전망이 짙은 것으로 풀이된다.
4월로 예정된 한미 외상회담은 그런 점에서 새로운 관심의 초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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