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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대안학교서 체벌 당한 10대 여학생 숨진 채 발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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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의 한 무허가 교육시설에 다니던 초등학생이 교사에게 체벌을 받은 지 하룻 만에 숨졌다.

전남경찰청은 26일 여수시 S대안학교 교사 황모(41·여)씨를 아동학대 치사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성탄절인 25일 오전 3시~7시 사이 초등학교 6학년 한모(14·여)양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날 체벌을 받은 한양은 하루가 지나고 26일 오전 3시쯤 학교 숙소용 컨테이너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황 교사는 함께 잠을 자던 한양이 몸을 흔들어도 반응이 없자 오전 4시20분쯤 119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한양의 부모가 현장에 도착한 상태였다.

숨진 한양의 허벅지와 엉덩이에서는 심한 멍자국이 발견됐다. 경찰은 황 교사가 각목과 주먹으로 한양을 체벌한 것으로 보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또 "한양이 체벌과정에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힌 것 같다"는 황 교사의 진술을 토대로 뇌출혈로 숨진 게 아닌 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체벌한 지 하루가 지나 사망한 점으로 미뤄 아픈 한양을 방치하지 않았는지 캐고 있다. 황 교사는 "체벌을 받은 후 힘이 없기는 했지만 사망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또 "딸의 나쁜 습관을 고쳐달라는 부모의 부탁을 받고 한양을 체벌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양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해당 학교는 황 교사 부부가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운영 승인을 받지 않은 채 2006년 5월부터 대안학교 형식으로 운영해왔다. 주말마다 지인들의 자녀 등 학생 10여 명을 대상으로 자연체험이나 텃밭가꾸기 수업을 했다. 여수시내 초등학교를 다니는 한양은 2012년 3월부터 주말 프로그램에 참여해왔다.

황 교사 부부는 교육당국 승인이나 교사 자격증 없이 학교를 운영했다. 원래 돌산읍에 있던 학교를 지난달에 현재 건물로 이전하면서는 여수시에 건축물용도변경 신청도 하지 않았다. 해당 건물은 2001년 9월 일반건축물로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도교육청은 해당 학교를 불법 과외시설로 규정하고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황 교사 등이 불법적으로 교육시설을 운영한 내용들을 토대로 지자체에 고발할 방침이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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