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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들 "승진 길 뚫어주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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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순경.경사.경장 등 하위직 경찰관의 불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순경으로 시작한 경찰관들이 경위 이상의 간부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경찰 출신인 전경수(52)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비간부 출신 경찰관이 경감까지 근속 승진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 달라는 청원서를 전.현직 경찰관 1200명의 서명을 담아 국회의원들에게 보냈다"고 11일 밝혔다.

현행 법령은 근속 승진에 순경에서 경장(7년), 경장에서 경사(8년)만을 정해 놓고 경사에서 경위 이상으로의 승진은 특별승진.시험승진.심사승진 등을 거치게 한다.

전 회장은 "경위급 이상으로 임용되는 젊은 간부가 늘면서 8만5000여 명에 달하는 비간부 출신의 승진 기회가 줄어들고, 연령과 직급의 불일치가 심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위직 경찰관들은 이 같은 주장을 공론화하기 위해 10일 '대한민국 무궁화 클럽'을 발족했다. 경위 이상의 계급장을 상징하는 '무궁화'를 내세운 이 모임엔 1000여 명의 현직 경찰관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2일 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 주최로 '누구를 위한 경찰대학인가'라는 정책토론회가 열려 경찰 조직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 "왜곡된 계급 구조 타파가 먼저"=하위직 경찰관들의 주장은 최근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을 위해 단결된 모습을 보이던 경찰 조직에 내분을 불러올 조짐이다.

최근 대검 수사권조정팀에는 자신을 전직 경찰관이라고 밝힌 한 제보자의 팩스가 날아들었다. 그는 '경찰대 출신 경찰 간부들의 전횡이 극에 달했다'고 주장하며 일선 경찰관들에게 ▶수사권 조정이 필요한지▶일부 경찰대 출신 간부들의 사건 무마 청탁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을 물어보라고 했다. 일선 경찰서에는 경찰대 출신 간부들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왔다는 의미다.

이 같은 반발은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권 의원은 올 6월 경사가 경위로 근속승진(10년)할 수 있도록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32년간 경찰로 일하고 8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경사로 퇴직한다"는 등의 불만이 매일 수십 건씩 쏟아진다.

◆ 불만 폭발 직전=하위직 경찰관들의 불만의 배경에는 ▶경찰대 출신 등에 밀린 승진 기회를 회복하고▶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경찰 지휘부에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국회 행자위에 계류 중인 개정 법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직 공무원이 9급에서 6급까지 승진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7년 9개월인 반면 경찰공무원은 순경에서 경감(6급)까지 평균 27년 7개월이 소요된다. 또 순경 입직자의 68%가 경사 이하로 퇴직하고 있다.

김승현.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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