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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신입사원 채용, 과도한 스펙 요구는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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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뜨거웠던 하반기 대기업 공채시즌이 막을 내렸다. 합격 통보를 받은 청년들은 회사생활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청년들이 훨씬 더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고용률은 40.8%로 고용률이 상승세에 있기는 하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는 여전히 바늘구멍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갖추고도 취업이 안 되는 청년 세대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직업능력개발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대기업·공기업 등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이른바 ‘선망 일자리’에서 일하는 청년층 종사자가 7만5000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진학률이 70.9%에 달하는 고학력사회에서 청년 눈높이에 맞는 ‘괜찮은 직장’이 늘기는커녕 계속 줄고 있다는 충격적 지표다. 물론 청년들에게 중소·중견기업이나 해외취업 등 시야를 넓혀 구직활동을 해보라고 조언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만으론 안 된다. 결국 청년들이 입사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고, 채용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동참해야 한다.

 빔콕 네덜란드 전 총리는 청년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까지 말했다. 기업들이 청년 고용 창출력이 높은 부문에 신규투자를 늘리거나 양질의 인턴십 기회 확대, 산학협력 강화 등이 대안일 수 있다. 청년은 트렌드에 민감해 기업이 원하는 혁신적 아이디어나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높은 잠재성을 지닌 그룹이다. 인스타그램의 케빈 시스트롬, 이지택시의 탈리스 고메스,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텔레그램의 파벨 두로프 등 혁신적 서비스로 대박을 일군 기업들 뒤에 청년이 있었단 사실을 기억하면, 투자 차원의 청년 인재확보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기업 신입사원 채용 현장에서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스펙 요구를 줄이는 일도 중요하다. 지난 4월 청년위원회가 국내 100대 기업 입사지원서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기업들이 부모의 학력이나 직위, 사진 등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들을 요구하고 있다. 또 외국어·자격증·공모전 등 특정직무에 필요한 스펙을 모든 지원자에게 요구해 불필요한 스펙쌓기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 스스로 필요 이상의 과도한 스펙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지, 직무능력 중심의 평가를 하고 있는지 점검해주길 바란다.

 청년위는 최근 16개 민간·공기업과 ‘스펙초월 채용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는 항공사가 승무원 입사지원서에서 사진란을 삭제하고, 공기업이 역량기반지원서를 도입하고, 공채 불합격자에게 탈락이유와 보완점을 알려준 기업의 사례가 공유되었다. 이러한 기업들의 스펙초월 노력이 새해에 더욱 확산되길 기대한다.

 정부도 보다 적극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정보통신기술·의료·관광·엔터테인먼트 등 유망서비스산업에 진출해 청년층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청년고용 우수기업을 우대하는 정책적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