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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씨 등 한국 산사나이 20명 금강산 암벽등반 길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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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 금강산 암벽 코스를 오르고 있는 김남일씨. [현지등반대 제공]

"20년 동안 암벽 등반을 했지만 금강산에서 암벽 루트를 만들 때만큼 기뻤던 때는 없었습니다. 북한산 인수봉(803m)보다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지만 한국 산악인들이 북녘 땅에 알피니즘(등반스포츠)의 새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요."

이달 초 금강산 구룡폭포 오른쪽 벽에 두 개의 등반 코스(아산길.독립문길)를 새로 뚫은 '금강산암벽개척등반대' 김남일(42.사진) 대장의 소감이다. 서울시 산악구조대장이기도 한 김씨는 3일과 5일 이틀 동안 동료 대원 20명과 함께 금강산에 암벽등반 코스를 내는 작업을 했다.

산악인들은 1941년 가을 당시 국내 최고 클라이머였던 김정태(작고, 한국산악회 전신인 백령회 소속)씨가 한국인 최초로 금강산 집선봉(1351m)의 가운데 벽을 오른 이후 64년 만에 이룬 쾌거라고 평가했다. 현재 북한에는 산악협회는 있으나 암벽이나 빙벽 등반 등 산악활동을 하는 전문 산악인은 없다.

김 대장은 "다른 국내외 산악인들에 앞서 처음으로 암벽 루트를 개척한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국내 산악인들이 '암벽 등반의 보고'인 금강산에서 마음 놓고 암벽을 탈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강산 오른쪽 벽의 높이는 150m. 등반대는 금강산에 들어간 지 사흘째 되는 날(9월 3일) 처음으로 바위에 달라붙었지만 쏟아지는 비와 짙은 안개 등으로 겨우 한 개 코스(독립문길)만 만들 수 있었다. 다음날엔 북한 당국이 암벽 등반을 허락하지 않아 휴식을 취한 뒤 5일에야 두 번째 코스를 개척했다.

"바위에 사람의 발자국이 닿지 않은 게 북한 암벽의 장점이죠. 표면이 까칠까칠하게 살아있어 등반에 더 없이 좋았습니다. 정상에 오른 뒤 세존봉에서 채하봉을 거쳐 동해로 거침없이 내닫는 집선 연봉의 장쾌한 모습을 보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들의 등반 모습을 북측 안내원과 적십자 구급 봉사대원들이 지켜봤다.

이번 행사에는 이인정(60) 대한산악 연맹 회장, 강태선(56) 서울시 산악연맹회장, 김동숙(56) 구조대 자문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산악인 엄홍길(45.트렉스타)씨도 동참했다.

금강산=김세준 중앙m&b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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