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애견 죽어 큰 고통 … 26억원 보상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홍콩에서 국제변호사로 활동하는 오재훈(50.사진)씨 부부가 애완견이 이웃집 맹견에게 물려 죽은 것과 관련, 2000만 홍콩달러(약 26억원)를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11일 홍콩 법원에 냈다.

오 변호사는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우울증.공포감 등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 주장하면서 "아내는 심장병을 얻어 수술을 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의 부인은 심리학자면서 홍콩대학 조교수를 하는 그레이스 친(43)이다. 부부가 호소한 증세는 사고나 재해 등 후유증으로 인한 정신질환의 일종인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사태의 발단은 5년 전인 2000년 6월 19일 밤. 부인이 애완견인 시추 종 '샤샤'와 '머핀'을 끌고 집 근처를 산책할 때였다. '샤샤'가 갑자기 목줄에서 풀려나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이웃집 문 앞을 기웃거렸다. 은행가가 사는 그 집에는 맹견이 두 마리 있었다. 부인이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갔을 때 맹견들은 '샤샤'의 배를 물어뜯고 있었다.

부인의 급박한 전화에 놀라 귀가했던 오 변호사는 자식이 맹견에 물려 죽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오 변호사 부부는 몇 차례나 이웃집 부부에게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들은 "당신네 개가 잘못한 것"이라며 버텼다고 한다. 분을 삭이지 못한 오 변호사는 석 달 뒤쯤 맹견을 향해 돌멩이를 던졌다가 승용차를 맞혔고, 그 바람에 6000홍콩달러(약 78만원)의 벌금형까지 받았다. 두 집안은 이후 원수가 됐다.

오 변호사는 "그 사건을 생각하면 잠을 자다가도 악몽에 시달려 벌떡 일어난다"고 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