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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제의 공동연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방자치제실시 문제가 정치적 차원에서 구체화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민정당의 이재형 대표위원이 지자제공동연구 용의를 밝힌 여수발언을 계기로 민한당은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지자제문제 연구특별위원회의 구성을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한당이 81년에 제출한 지방자치법개정안,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 개정안은 83년 12월까지 지방의회를 구성토록 못박고 있으나 사실상「시한」을 지키기 어렵고 일시에 전면적으로 질시하자는 입장은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민정당이 지자제실시에 긍정적 자세를 보이는 한 그 실현은 먼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
지자제는 헌법이 명기한대로『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의 자치』를 목적으로 한다. 민주정치발전의 토양을 만들고 정치참여를 통해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쌓게 하는 것이 이 제도의 정치적 기능인 것이다.
흔히 지자제를 의회제도와 함께 민주정치의 양대 골간이라고 부르지만, 따지고 보면 내실 있는 민주정치의 구현을 위해서는 의회보다 오히려 주민들의 정치참여를 유도하는 지방자치제야말로 핵심적인 중요성을 띠고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민주정치의 토착화가 새 정부가 내건 최대의 국정목표임을 생각할 때 이 제도의 실시여부는 이미 논의의 단계가 지났다.
물론 지난 50년대의 지방의회가 많은 문제점을 제기했던 것은 사실이다. 자치단체의 장과 의회와의 대립으로 지방행정이 마비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청부, 청탁 등 갖가지 부조리의 온상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문제점들은 기실 지방의회 뿐 아니라 국회의 운영에서도 나타난 현상이었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 정부여당이 지자제를 외면한 것은 당리당략에 집착한 결과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궁극적으로 수권을 목포로 하는 야당의 뿌리는 지자제를 통해서 다져지고 세력을 뻗칠 수 있다. 정치적 계산만을 한다면 지자제는 야당을 강화케 하는 결과가 된다.
구정권과는 달리 새 공화국이 헌법에 지자제실시를 명문화하고 이제 집권당에서 그 실시에 적극적 자세를 보인 것을 높이 평가하는 까닭은 그런데 있다.
지방자치제문제가 나올 때마다 의례 제기되었던 재정자립도만 해도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어도 크게 개선되었다. 국민의 의식 또한 5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되었다. 아직 일부 부작용에 대한 불안이 없지 않지만 그러한 여건의 변화는 지자제의 실시를 촉진시키는 요인들이다.
문제는 언제부터 어떻게 실시하느냐가 남았다. 민도나 재정수립 문제는 생각지도 않고 무조건 도입해서 빚어진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실패의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해야만 한다. 자치단체의장을 선출하는 방법에서부터 지방의회의 구성단위를 시·군단위로 할 것인지 읍·면 단위까지 할 것인지도 당연히 검토해야 한다. 지방자치제의 연원으로 보면 읍·면 단위까지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법 내용은 그렇게 규정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전면실시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서울·부산을 비롯해서 자치여건이 성숙한 대도시부터 가급적 조속히 지방의회를 구성토록 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모처럼 성숙된 지자제실시에 관한 여야의 합의무드가 결실을 보아 정치적으로도 선진국이란 이미지를 내외에 심는 날이 앞당겨지길 비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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