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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오라클·IBM 꺾은 포스, 세일즈포스닷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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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마크 베니오프 CEO가 올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드림포스 201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더이상 클라우드 없이는 비즈니스가 불가능한 세상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미국 정보통신기업(ICT) 기업들이 몰려있는 실리콘밸리의 ‘앞마당’ 샌프란시스코. 매년 이곳에서는 전(全) 세계 최대 규모의 IT 콘퍼런스 ‘드림포스’가 열린다. 드림포스는 소프트웨어(SW) 개발자만의 행사가 아니다.

 특히 올 10월 13~17일 열렸던 ‘드림포스 2014’에는 참석자만 15만명에 달했다. 애플 본사인 쿠퍼티노에 인접해 ‘애플의 텃밭’이라 불렸던 샌프란시스코는 도시 자체가 세일즈포스를 상징하는 하늘색 그 자체였다.

IT 콘퍼런스 ‘드림포스’ 기획 … 15만 명 몰려

힐러리 클린턴(가운데) 전 국무장관이 드림포스 2014에서 베니오프 CEO, 클라우스 슈밥(오른쪽) 세계경제포럼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늘색으로 도색한 건물, 하늘색 버스, 하늘색 셔츠를 입은 사람들로 가득찼다. 특히 이번 드림포스에는 미국 차기 대선 후보 1순위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까지 연사로 나섰다.

 강연 중간중간에는 ‘Surfing USA’, ‘Wouldn’t it be nice?’ 등의 팝송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출신 밴드 ’비치보이스’가 공연을 하고, 밤에 열리는 갈라쇼에는 팝 가수 브루노 마스와 윌아이엠(Will.I.am)이 등장했다.

 한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지식 콘퍼런스 ‘테드(TED)’와 마찬가지로 강연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쇼비즈니스’ 행사였다. 샌프란시스코 분위기는 축제 그 자체였다.

 매년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모이는 거대한 쇼비즈니스를 기획한 곳은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이란 회사다. 1999년 세워져 창업한지 15년밖에 안 된 IT기업이다.

 1911년 설립된 IBM이나 빌 게이츠가 1975년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MS)에 비하면 역사가 매우 짧은 편이다.

 국내에는 세일즈포스닷컴이 잘알려져있지 않지만 실리콘밸리에선 ‘클라우드 컴퓨팅’을 개척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외부에 보관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PC나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원하는 자료를 꺼내다 쓸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사실 세일즈포스가 막 창업한 1999년 당시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은 이미 오라클(Oracle)·SAP·IBM 같은 거대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다.

 거대 SW기업들을 꺾을수 있던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세일즈포스닷컴 직원에게 물어보니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남들보다 먼저 ‘눈에 보이지 않는’ 구름처럼 ‘클라우드(cloud)’를 썼기 때문이지요.” CD롬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 패키지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일명 SaaS를 선도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세일즈포스닷컴의 서비스는 기존 통념을 뛰어 넘는다. 소비자관계분석(CRM),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비싼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는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내려받고 빌려쓰도록 했다.

 세일즈포스닷컴서비스는 서버, 중앙 컴퓨터 같은 하드웨어(HW)뿐만 아니라 SW를 따로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업체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당시 IBM이나 오라클 같은 기존 강자들은 기술 사용료, 유지 비용,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을 포함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에게 연평균 100만 달러 이상을 청구했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세일즈포스닷컴은 간단하고 직관적인 서비스만을 제공해 솔루션 가격을 경쟁업체의 10%수준으로 낮췄다”면서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는 옵션까지 줬기 때문에 중소업체들까지 고객으로 흡수했다”이라고 설명했다.

 통념을 뛰어넘는 혁신적 서비스를 바탕으로 세일즈포스닷컴은 오라클·MS·IBM 등 세계적 업체들을 제치고 CRM 분야 글로벌 1위에 올라섰다.

 특히 이 회사를 이끄는 마크 러셀 베니오프(50) 최고경영자(CEO)는 ‘괴짜’로 통한다. 서양인으로는 드물게 불교 신자인 베니오프는 15세 때 이미 게임 회사를 만들어 ‘신동 프로그래머’라는 별명을 얻었다. 스무 살 때에는 애플 매킨토시 사업부에서 일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오라클에 스카우트됐다. 입사 1년 뒤 회사 내에서 ‘올해의 루키’가 됐다. 26세에는 최연소 부사장 자리를 꿰찼다.

 회사 창업 후 그는 수백만달러 규모의 소프트웨어 거래 관행에 작별을 고하며 ‘소프트웨어는 끝났다(No Software)’는 캠페인을 벌였다. 오라클·MS·IBM 등 거대 IT기업을 겨냥한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자신이 상사로 함께 일했던 래리 엘리슨 오라클 전 CEO와는 올해까지도 설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 최초로 앱 형태 CRM 서비스 제공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면서 모바일에도 남들보다 먼저 눈을 떠 2008년 세계 최초로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CRM 서비스를 제공했다. 세일즈포스닷컴만의 생태계인 ‘앱익스체인지’도 개설했다. 베니오프 CEO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같은 앱 장터를 B2B(기업간 거래) 시장에도 도입하면 자유롭게 거래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앱익스체인지에는 총 2650개의 기업용 앱이 등록돼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동행한 최현택 대유넥스티어 대표는 “영국 정부가 세일즈포스닷컴을 벤치마킹해 2009년 정부 클라우드에서 구동할 수 있는 앱, 솔루션 등을 모아놓은 ‘클라우드 스토어를 개설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클린턴 부부 등 미국 리버럴 정치인들과도 허물없는 사이다. 1990년대 실리콘밸리 초창기 때부터 민주당에 줄곧 정치자금을 기부해 온 ‘큰 손’이기 때문이다. 베니오프는 힐러리의 민간 정치자금 단체인 ‘레디 포 힐러리’에 2007년 원년 멤버로 참여했고,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 운동 당시에도 총 50만 달러를 기부했다.

 현재 베니오프는 두 달에 한번씩 일본에 방문하고 있다. 일본 우정국과 일본 항공(JA), 도요타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우정국은 2007년 민간 부문보다 앞서 외국계 업체인 세일즈포스닷컴의 CRM ‘포스원’을 도입했다. 초기 5000여명 상대로만 실시한 우정국 CRM 서비스는 불과 6개월 만에 14만명까지 사용자를 확보했다. 일본 우정성은 1년 만에 1000억원 이상을 절감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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