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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승객 매너 없어…항공기 승무원 꺼리는 서울노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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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2년째 항공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승무원이다. 7월부터 내가 근무하는 에어캐나다 항공사에 토론토~서울 직항노선이 생기면서 모국인 한국을 오가게 됐다. 30년 전 캐나다로 이민한 뒤 항상 그리워했던 내 나라,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자존심이 망가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 비행이 다른 노선의 비행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네 가지만 지적하고 싶다.

첫째, 벨트 착용 사인을 안 지키는 사람이 많다. 기내에서의 벨트 착용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벨트 착용 불이 켜지면 반드시 벨트를 채워야 한다. 첫 번째 서울 비행 때의 일이다. 승무원도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만큼 비행기가 몹시 흔들려 사무장이 10분간 네 번이나 "자리에 앉아서 벨트를 착용하라"고 방송했다. 그런데 네 번째 방송이 끝나자마자 한 승객이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기가 막혀서 사무장의 얼굴을 쳐다보니, "Welcome to Korea, kid."(한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며 윙크를 했다. 한국인 상당수가 벨트 착용 사인을 무시하고 있다. 둘째, 순서를 기다리지 않는다. 음료수 주문을 받을 때면 승무원이 물어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앞다퉈 주문을 해댄다. 손으로 승무원의 몸을 쿡쿡 찌르기까지 한다. 셋째, 초등학생들이 거의 콜라를 마신다. 카페인은 중추 흥분작용을 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선 초등학생들에게 안 준다. 넷째,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노선은 뉴델리.텔아비브와 더불어 승무원들에게 인기 없는 노선이다. "한국 사람들은 요구가 많고(demanding), 매너가 없다(not civilized)"고들 한다. 서울 비행이 처음 시작된 10년 전에는 지금의 세 배 정도 매너가 나빴다고 한다.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세 배쯤 좋아지려나.

앨런 영숙 캐나다 토론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