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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팔리는 겨울상품 재고정리에 바쁘다|불황·이상난동으로 겨울도 가기전에 끝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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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겨울상품들이 끝물을 맞고 있다. 의류를 비롯해 난방기구·구두등 겨울상품업계가 차례차례 재고를 정리, 처분하면서 한편으로는 봄상품생산에 들어가고 있다.
올해 겨울상품불황은 한마디로 난기류의 계속. 불황의 여파속에 날씨마저 이상난동으로 2중타격을 입었다.
「수십년래 보기드문 혹한」이란 설에 생산을 늘렸다가, 예년보다 많은 재고만 남기게 됐다. 유명브랜드 겨울의류제품이 신년벽두부터 바겐세일을 단행했고 2월에도 또 한차례의 바겐세일을 계획하고 있다. 난방기구·구두업계도 서둘러 재고처리방법을 마련할 예정이다. 난방용 석유는 전년 동기에 비해 20%이상 덜 팔렸고 연탄도 5∼6%이상 수요가 줄었다. 한번더 추위가 닥치더라도 이제는 본격적인 매기는 사라진 셈. 원가대로라도 팔아 재고를 안고가지 않겠다는 상인들의 생각이다.
팔릴만한 시기에 날씨가 좋지 않아 때를 놓치고 벌써 재고정리단계에 들어간 것이 겨울의류업계다.
S, K등 대메이커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의류업체가 올해는 생산량의 40%정도만 정상판매, 나머지를 재고로 안고 고민에 싸여 있다. 예년 같으면 의류는 60%가 정상가격으로 판매, 나머지40%를 세일행사 등으로 처리해 온 것에 비하면 상황이 거꾸로 된 셈이다.
각 메이커들이 지난 10일을 전후해 일제히 세일행사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 예년에 비해보름정도 행사를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30∼40%를 할인, 업체에 따라서는 반값에 물건을 처분한 곳도 있다. 그러나 한차례 세일행사를 거의 끝내고도 의류업계는 표정이 밝지 못하다. 재고의류는 세일을 끝내면, 메이커에 따라 상설할인판매장으로 넘겨지거나 이른바 공공연한 비밀이 된 「땡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땡처리」란 덤핑으로 메이커의 상표를 뗀 뒤 상품이 일반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
8만∼9만원짜리 코트가 2만∼3만원, 3만∼4만원짜리 토퍼가 l만원내외로 정가의 10∼20%에 거래돼 업체로서는 재고처리를 위한 비상수단으로 불리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세일정도면 원가는 건진다해도 마구잡이 덤핑을 할 수 없는 실정. 대 메이커는 더군다나 상표의 이미지가 있어 재고와 판매 틈바구니에 고민이 더하다.
유명메이커외에 일반시장도 의류점들의 사정은 마찬가지다. 남대문등 주요 도매상가에서는 지방상인들로부터 못 팔아 되돌려오는 반품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정대목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때는 한겨울처럼 두꺼운 옷이 팔리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판매물량이 작년보다 20%내외는 준 것 같다는 상인들의 이야기다. 이 때문에 일부 시장에서는 누비점퍼나 털바지등 두꺼운 옷들이 『골라잡아 3천원』식으로 덤핑판매마저 성행돼 정상판매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겨울내의나 양말도 예년보다 수요가 줄었다. 내의는 요즈음 간편한 븍장을 즐기는 경향으로 별로 입지 않는데다 날씨탓으로 양말도 구매가 감소. 한 켤레 6백∼8백원씩 하던 것이 반값에 넘겨지기도 한다.

<난방용품>
난방기구업체는 작년말로 이미 생산을 모두 끝냈다. 예년의 경우 1월에도 수요에 따라 생산을 계속하던 것에 비하면, 그만큼 재고가 많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해를 넘기면서 값도 떨어지기 시작, 석유난로는 4천∼5천원씩 값이 내렸으며 대부분의 난방기구도 10∼20%씩 가격인하 판매되고 있다.
특히 쌓인 재고로 피해가 큰 곳은 각종 난방기구 대리점이다. 세운상가 김모씨(45)는『작년에 남은 재고가 워낙 많아 올해는 조심스럽게 제품을 들여놓았지만 또 다시 큰 재고가 날 것 같다』며 울상이다.
난방기구업계는 특히 한철장사로 군소업자들이 많아 이대로라면 도산이 우려되는 업자들도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난방용품업계는 판매가 거의 마무리되는이달말이면 메이커와 대리점이 결산처리에 들어가 반품을 둘러싼 실랑이가 예상되기도 한다.

<연료·구두>
이상난동으로 매상이 시원치 않다. 작년 추석대목에 50%의 매출신장을 기록, 여세를 몰아 연말경기를 노렸지만, 겨울장사는 기대이하라는 이야기다.
구두업계의 겨울상품은 부츠류가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올 겨울에는 목이 짧은 미들부츠나 앵글부츠류의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 대대적인 판촉전을 폈으나 역시 날씨가 가로 막았다는 업계의 자평. 작년보다 20∼30%생산을 늘렸다가 대 메이커들의 기획 잘못으로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구두업계는 작년 한해만도 30%정도의 매출신장을 나타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한편 K, L등 유명제화는 하순부터 재고처리를 위한 할인판매를 예정, 할인율 결정등 세일행사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일부 백화점에서는 지난 초순부터 아동용을 비롯, 겨울구두를 40%할인판매하는 곳도 있다.
가정연료인 등유도 수요가 크게 줄었다. 동자부에 따르면 난방시즌에 들어간 이후 작년 11월 등유소비는 65만7천배럴로 전년 동기에 비해 26·5%가 줄어 들었다. 프로판가스등 다른연료로의 대체현상이 주된 이유지만, 에너지절약경향에 따뜻했던 날씨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연탄도 사재기 현상이 없어진데다 이상 난동으로 연탄업자들이 자금압박에 고전을 하였다. 올해는 서울의 경우 하루생산량이 1천만개로 전년에 비해 5∼6%줄었으나, 업체의 생산능력은 하루 1천5백만장수준으로 이틀을 돌아 업체들의 판매경쟁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다. 시장확보와 남은 저탄량을 줄이기 위해 연탄개당 10원까지 덤핑판매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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