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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까소네 일 수상 미국에 왜 가나|"최대 원객" 무마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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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 분위기감안 재빨리 한일현안타결·시장개방 등 선물준비|일부선 미국의 요구를 핑계로 "과속" 하지 않을까 경계의 소리도
역대 일본수상은 취임하면 먼저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어서 수상의 첫 미국나들이를 흔히「산낀 고오따이」(삼근교대)라고 부른다. 에도(강호)시대의 제후들이 교대로 중앙의 집권부인 에도에 가서 일정기간 머물며 충성심을 보여야했던 제도 (산낀 고오따이)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그러나 타일 일본수상으로는 10번째의 방미 길에 나선「나까소네」(중조근강홍) 수상의 경우 한가지 특이한 것은 방문시기가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점이다. 「다나까」(전중각영)의 54일(72년 8월),「사또」(좌등영작) 의 62일(65년1월)보다 빠른 52일만의 방미다.
이처럼 미국방문을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의「적극적인 외교스타일」이라든가「일본의 국내정치 일정」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전격적인 한국방문과도 연관시켜『미국의 대일 비판이 종래의 일본 외교스타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단계』(오십풍무사·동경대조교수)에 와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작년 12월 14일 미 상원은 일본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하원에는 이른바 로컬 컨텐트 법안(국산화비율 의무화)이 제출됐다.
작년 워싱턴포스트지에『동경에 최후통첩을 보낼 때가 왔다』는 글을 게재, 일본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미국무성 고문이며 조지타운전략연구센터 주임연구원「에드워드·래트워크」박사는『미국에 공화당·민주당 외에「반일당」이라는 또 하나의 정당이 있다』고 미국 내 대일 비판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백악관을 떠난 후에도 주2회씩「레이건」대통령을 만나고 있다는「앨런」전 안보보좌관은 「나까소네」수상이△미국 내 정치정세가 어려운 단계라는 것△일본에 대해 가장 중요한 고객은 미 국민이라는 것△미 의회에 보호주의적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미국을 방문하라고 충고함으로써 방위분담, 통상마찰이 심각한 문제로서「나까소네」수상을 기다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국제감각이 뛰어나고 능동적 적극적인「나까소네」수상이 이 같은 절박한 분위기를 알고 재빨리 한일문제를 타결, 대미 선물을 마련한 후 미국방문을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취임 일성에서「미일관계를 일본외교의 기본」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분담, 시장개방, 군사기술협력 등에 긍정적으로 응할 태세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도야마(부산)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방위비 증액이『81년 5월의 「레이건」-「스즈끼」회담의 약속』인 만큼 이를 지켜야 하며 통상마찰로「일본이 고립」할 우려가 있음을 시인하고『보호주의가 지배하면 일본은 대 불황에 빠질 것』임을 지적, 현명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1월 1일의 연두 기자회견에서도『미국이 경제적으로 지쳐있고 자유세계 방위라는 중하를 지고 있다』고 미국의 입장에 이해를 표시하고『일본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응분의 노력을 해야하며』군사기술도『미국으로부터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다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협조할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기본인식을 바탕으로「나까소네」내각은 이미 13일 담배·초콜릿·비스킷 등 78개 품목의 관세인하와 수임검사 간소화 등 비관세장벽의 제거를 골자로 하는 추가적인 시장개방조치를 결정하고 14일에는 미국에 대한 군사기술의「전면제공」을 결정, 방미 선물에 대한 포장을 끝냈다.
방위예산은 82년도의 증가율보다 떨어지는 6·5%증가에 그치게 됐지만 방위비의 GNP 1%한도를 철폐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12월 1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미국의 호감을 사고있다.
일본의 지식인둘 중에는 미국이 일본의 방위증감 노력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번「나까소네」수상 방미에서는 경제문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그러나 반면 중·소 접근 움직임, 중공·북괴 접근 등 동아시아의 변화와 관련, 미국의 새로운 동아시아전략과 일본의 역할분담이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없지 않다.
외교평론가「다꾸보」(전구보충위)씨는 중소 화해 움직임이 한·미·일에 큰 위협이 되고 있으며 미국은 대 중·소 전략을 재조정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하고 그 경우 한·미·일 3각 체제에서 한·일 관계라는「3각 힘의 저변」이 군사적으로 연결이 안되고 있는 만큼 그 공백을 메우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나까소네」수상의 방미를 그 같은 차원에서 설명하고「레이건」미대통령의 아시아순방도 그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문제평론가「요네다니」(미곡건일랑)씨도 작년의「수하르토」인도네시아대통령,「마르코스」필리핀대통령의 미국방문과 오는 1월말부터 2월초에 걸친「슐츠」미 국무장관의 한국·일본·중공방문, 3월로 예상되는「레이건」대통령 아시아순방이 미국의 극동전략과 관계가 깊으며 이번의「나까소네」수상 방미도 같은 맥락에서 의의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국내에서는 오히려 방위비 증강, 평화헌법의 개헌 등을 소신으로 하는「나까소네」수상이 미국의 요구를 핑계로 과속을 하지 않을까 하는 경계의 소리가 높다.【동경=신성 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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