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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기자의 뒤적뒤적] 고양이가 줄면 클로버도 덩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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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어느날 아침 고개 들어 바라본 하늘은 훌쩍 멀리 있었습니다. 문득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란 시가 떠올랐습니다. 계절 탓인가요. 왠지 마음이 너그러우면서도 차분해지는 듯합니다.

그래도 사람 사는 게 어디 기분만으로 되는 건가요. 카트리나인가 하는 허리케인 탓에 곤욕을 치르는 지구촌 이웃들 소식에 가슴이 짠하면서도 기름값은 어디까지 오를지 조마조마합니다. 게다가 태풍 '나비'가 지나가면 코앞에 닥친 추석 제수용품 값은 어떻게 될지 머릿속은 계산에 분주한 것이 우리네 살림살이입니다.

이번엔 과학책을 골랐습니다. 기상이변의 상당 부분이 인간에 의해 상처입은 자연의 앙갚음이란 분석도 있어서입니다.

한 농장에 고양이와 클로버가 있습니다. 언뜻 보면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이 두 생물이 실은 긴밀한 관계가 있답니다. 고양이가 줄어들면 들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들쥐들은 벌집을 습격해 새끼 벌을 먹어치워 벌의 수가 줄어듭니다. 수분을 매개해줄 벌이 사라져 결국은 클로버의 수도 줄어든다네요. 아주 단순화하기는 했지만 이 땅의 생물은, 그리고 자연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밀접한 관계며 서로 의존해 살아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책의 첫 장 '함께 살아가기'에 나오는, 100년 전께 영국의 찰스 다윈이 한 설명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 '생태학의 교훈'에는 지구라는 이 작은 별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가이아'설을 소개합니다. 그리스 신화의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에 빗대어 동식물뿐 아니라 물이며 열대 우림 같은 '자연'도 이 지구촌의 한 구성원으로 생존환경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책은 초.중생의 과학적 이해를 돕기 위한 '주니어 사이언스'시리즈의 둘째 권입니다.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가 1995년부터 공들여 만들었다는데 극지방. 심해의 귀한 생물사진 등 볼거리가 풍부하고 설명도 친절합니다. 과학책이라기보다 재미있는 이야기 책 같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다 해도 아이들의 과학 점수가 오르지는 않을 겁니다. 지식을 정리한 학습서가 아니거든요. 그럼 또 어떻습니까.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거나 최소한 과학을 좋아하게 할 책이면 아이와 함께 읽을 만하지 않은가요.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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