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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남성호르몬 이해해야 남성 갱년기 극복한다

중앙일보

입력

인제대 서울백병원
비뇨기과/남성건강클리닉
박민구 교수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을 찾은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이유 없는 피곤함과 함께 발기력 저하와 성욕 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예전에는 힘들지 않았던 일들이 힘에 부치면서 왠지 모를 우울감과 위기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이 환자는 중년기 남성이 겪을 수 있는 남성 갱년기를 경험하고 있었다.

‘갱년기’라 하면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폐경 이후에 나타나는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일련의 증상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중년의 남성에서도 여성의 폐경기처럼 내분비계의 변화로 인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성갱년기가 나타나는 주 원인이 여성호르몬, 즉 에스트로겐치의 저하라면 남성갱년기 증세가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은 남성호르몬, 즉, 혈중 테스토스테론치의 저하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주로 고환에서 생성되는데, 20대를 정점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감소하는 특성을 나타낸다. 노화에 따른 점진적인 남성호르몬의 감소를 인위적으로 막을 이유는 없지만, 어느 역치 이하로 남성호르몬 치가 감소하게 되면 여러 가지 남성 갱년기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늘 피곤하며 쉽게 지쳐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우울감과 함께 인지능력의 저하, 성욕 저하 등이 나타나며, 팔 다리가 가늘어지고 배가 나오는 체형의 변화 (근육량 감소 및 체지방 증가)가 나타나고, 체모가 줄거나 성기의 크기가 줄면서 발기력 및 성적 쾌감이 저하되는 성기능 장애를 흔히 호소하게 된다. 이러한 남성갱년기 증상은 그저 노화 증상의 일부로 간과되기 쉬운데,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남성호르몬의 저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으로 대표되는 대사증후군의 발생 및 그 정도와 관련되어 있고,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년 및 노년 남성들의 건강한 삶의 영위에 있어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남성갱년기는 얼마나 흔한 질환일까? 대한남성과학회에서 2010년 전국의 40대 이상 2000여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시행한 남성갱년기 유병률 조사 연구 결과를 보면 전체 남성갱년기 유병률은 28.4% 였고, 40대에서 24.1%, 50대에서 28.7%, 60대에서 28.1%, 70대 이상에서 44.4%로 연령에 따라 그 유병률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 남성호르몬 및 남성갱년기 증상이 나이의 증가뿐 아니라 개개인의 생활 습관 (잦은 회식으로 인한 음주, 흡연 및 운동부족)이나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와 깊은 연관성이 깊기 때문에, 40대 남성의 절반 이상이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이러한 남성갱년기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주로 시행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3-6개월 정도 꾸준히 시행한 뒤 그 효과 및 부작용 등을 판단하여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되며,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하루 두 번 식후 복용하는 경구용 약제, 하루 한번 피부에 바르는 경피용제제, 2-3주에 한번 혹은 3개월에 한번씩 주사제를 통해 보충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게 된다. 모든 치료가 그렇듯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과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적이다. 또, 남성호르몬 보충 외에도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절주와 금연 등의 건강한 생활 습관 정립과 실천은 남성갱년기 극복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따라서,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남성갱년기 환자들에게 갱년기 운동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여 호르몬 보충요법을 시행하는 동안 본인의 몸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운동요법을 규칙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유산소, 근력 및 유연성 운동으로 구성된 운동프로그램을 호르몬 치료와 병합하여 시행하게 되면, 호르몬 치료만 시행한 경우보다 좋은 치료 효과를 나타내며, 호르몬 치료를 중단한 후에도 그 치료 효과를 오래 동안 유지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타나는 몸의 변화를 그저 노화 현상으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잘 살펴보고 얼마나 그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간단한 약물 처방 하나 만으로도 다시금 생활의 활력을 되찾고, 업무 효율을 높이면서 만족스러운 성생활까지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이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될 올 겨울, 남성다운 건강한 삶을 위해 한번쯤 본인을 점검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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