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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문예」희곡 입선작/띠뱃놀이=유현숙작 (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황노인-그 시답잖은 소리 그만둘 허고 어서 시작혀야것어. <서로앞에 와 앉으려한다>
장선주-뭣들 허는거여.
황노인-앉는 순서도 잊었어.
장선주-다들 뒤로 물러서
황노인-내 앉고나면 그뒤로 앉어.
장선주-오랜만에 지내는 지사 잘지내야것어.
무당-다들 목욕재계 허고 왔것제.
마을사람-오늘이 뭔날인디
무당-그럼 부정탈 일은 없제.
황노인-<축문 꺼내읽는다>
우리마을에 부귀 영화를 주옵시고, 망망대해 나가는 배마다 만선이 되게 하옵사 우리마을 사람들은 정성을 들여 이제사를 마련하였사오니, 부디 행운을 주시기를 기원하나이다.

<기원문 태운다>
무당-<앞으로 나서며>
여기 진수성찬을 마련하였으니 많이 잡수시오.

<애처롭게>
송구영신하여 세재 모년 모월 모시에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대리 거주민일동은 개소고우 산신령대신, 원당 부인령대신, 본당 부인령대신, 옥답 부인령대신, 아가씨령대신, 문초령대신, 칠위령 전에발원하옵나이다.
무당-<축수하다 말고, 마을사람 향해 매서운 눈초리>뭣들 허는거여?
부안댁-뭐 빠진것 있어요? <무당, 매서운 눈초리, 부안댁 향하고>
장선주-돈 갖다 놓아야제.
부안댁-돈?<치마 걷어 올리다>애그머니나, 옷 바꿔 입느라고 깜박혔네. <장선주가 지폐를 떡시루에 얹는다. 마을사람, 동전 몇개 놓고 무당 눈치 살핀다>
무당<눈 흘기며>누가 돈 내라고 혔어?
마을사람-그럼 뭘 허라고요.
무당-여그 뭐허러 왔어?
마을사람-그야 지사 지내러 왔지라우.
무당-그럼 지사를 지내야 헐것 아녀
마을사람-시방 지내고 있잖여라우.
무당-나혼자 지내란거여.
장선주-모다 발원혀야지. <황노인, 일어서 서성댄다.>
무당-<젯상향하고>원당하 대리동네 일촌 연액 월액 시액이 일시 소멸하고, 월류월살과 장군태세와 토위견용일절 궤매가 궤실은 장하고, 형소형멸하여 동네일촌이 재수 대통하고 만사대길하게 하옵소서. <무당춤과 농악 격해지고 모두 머리 조아린다>
장선주-<하늘 보고 불안한 목소리>한석이 끝났으니 어서 영장을 혀야지.
마을사람-어서들 갖고와. <마을사람들 음식먹고 황노인 서성댄다>
부안덱-그나저나 곧 비가 쏟아질것 같은디….
장선주-<하늘 올려다 보고>아까보다 더 허는것 본게 센찮은디
황노인-<혼잣말>
하느님이 좀 참아 줬으면 쓰것구만.

<천둥소리와 함께 무대 어두워진다>
장선주-아무래도 뭔 조화가 있어.
황노인-날씨에 뭔 조화가 있것어.
장선주-순난이 애기가 예사로 들리지 않어서 그려요.
황노인-그러믄 장선주도 순난이 얘길 믿는거여.
장선주-믿는건 아닌디, 예감이 안좋아서 그러요.
황노인-애 밴 여자라는디 여그 뭣허러 오것어.
장선주-허긴, 애 낳을데 없어 올 여자는 없지라우.
황노인-<마을사람 향해>먹는것도 좋지만 어서 끝내야것어.
장선주-후다닥 끝내까요?
황노인-하늘을 봐. <천둥소리와 함께 바람소리>
장선주-비올바람 야녀요.
황노인-<불안해서>어서들 일어서.
장선주-<손바닥 쳐들고>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디요.
황노인-<다급해서>안되것어. 어서들 일어서.
장선주-아직은 괜챦것는디 어서 합시다.
황노인-허는디까지 혀봐야지. <하늘본다>
장선주-어서 시작혀요. <마을사람 응성댄다>
장선주-<겁에 질려>조용들 혀. 어서 용왕제를 지내야것어. <마을 사람들 음식주머니 던진다>
무당-<딸랑이 흔들며>청계산용왕님, 학예산 용왕님, 동해바다 용왕님, 서해바다 용왕님, 욍궁바다 용왕님, 칡머리 용왕님<갑자기 사설 멈추고>음식 주머니다들 던졌어?
부안댁-저기 멀리 던졌구먼요. <각기 던진쪽 가리키며 응성댄다>
무당-지사 안지낼거여? <마을사람 웅성거림 멎고, 무당 합장한다>
무당-<딸랑이 흔들며>옥황상제 시우실령내림사해 용왕님네, 상사도 대촌이요 동네이름 잘되라고 정월이라 초 사흘날 산 제사만 모셨습니다. 선창할머님 할아버님 많이 많이 받으시고 무주고혼수금 임자있는 본신이나 임자없는 본신이나 많이 많이 자십시오. <무당 춤춘다. 무대 중앙으로 띠배 밀고 들어와 배치기노래 시작>
노래-에에용 에에용 에에용 에헤해 헤용. <마을사람들, 그물 가지고 춤춘다>
노래-에에옹 에에용 애에용 에헤헤헤용.
황노인-칠산바다 들어오는 조구떼, 우리배 마장에 다잡아 실에라.
마을사람-에에에 에에에 에에에 에에에에야.
황노인-앞산은 가까와지고 뒷산은 멀어지고.
마을사람-<전과 동일><빗방울소리 바람소리 커진다>
장선주-안되것는디.
황노인-그러니께, 어서 지내야지.
장선주-이대로라도 하늘이 좀 참고 있어야 할텐디……아이구 목타.
마을사람-술이라도 마셔요.<장선주, 독에서 술 퍼마신다><무대 뒤에서 신음소리 들린다.>
순난-어디서 뭔 소리가 들려요.
황노인-너는 오늘 왜 그러냐.
순난-멀쩡한 사람을 왜 그려요.
황노인-니가 알수없는 소릴허니 그러제.
순난-참말인디 왜 그려요.
황노인-아니다믄 아녀. <신음소리 더 크게 들린다>
순난-<심각해서> 저 소리 들어봐요.
황노인-<놀라>아녀, 바람소리여.
순난-바람소리가 어찌 저런다요
황노인-아장사리서 그려.
순난-아장사리요?
황노인-애기묻는 아장사리말여.
순난-아장사리는 이쪽이 아니잖여요.
황노인-바람이 부니깨 여그까지 들려. <신음소리, 무대 메운다>
장선주-<놀라>이게 뭔 소리여.
순난-선주님도 들었지라우.
장선주-예삿소리가 아닌디.
황노인-<뇌성처럼>잘못 들었어, 어서들 놀아.
장선주-영감님 뭐가 좀 심상치 않네요.
황노인-굿이 급헌디, 아장사리서 들리는 소릴갖고 왜들그려. 징이나 쳐. <장선주, 징 두들인다>
황노인-왜이리 징 소리가 작어.
장선주-농악꾼들 뭘혀. <농악과 함께 징소리 격하다>
황노인-이리 줘봐. <징 뺏어 들고 장단없이 두들인다>
부안댁-<징채 잡으며>아자씨 어찌 그려요.
장선주-순난아, 너 뭔 소린지 소리 나는데 좀 가보고와.

<순난, 서낭당 뒤로 퇴장>
황노인-<징 두들기며>얼싸 얼싸.

<춤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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