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교환원 | 친지찾는 전화 폭주… 입과 손은 쉴틈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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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4년4개월의 국제전신전화국 근무에서 정초 연휴에 당번이 아닌 적이 거의 없었던 것같다.
금년도 예외는 아니어서 1일과 2일은 낮과 밤으로 교환대와 씨름해야했다.
설날을 맞이한 까닭인지 오랫동안 소식없이 지내던 친지를 찾는 전화가 해외에서 많이 걸려와 언어보조를 맡고 있는 나의 업무량도 평소보다 1·5배나 늘어났다.
이번 근무에도 전화번호도 모르고 주소도 모르는채 오직 이름 하나로 통화를 원하는 이들을 연결시켜 주기에 내 입과 손은 쉴틈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남지역 시골 부락에 이름만으로 통화를 원하는 사람에게 리·동단위 전화를 통해「××엄마」까지 들춰내 연결시켜준 일, 미국으로 이민간 남자친구가 예전의 여자친구에게 결혼 축하 메시지를 전하기를 원해 인천 전역을 이잡듯 뒤져 결국 통화를 가능케 해준 일등은 특히 이번 연휴근무에 나의 뇌리에 남는 일들이다.
어렵사리 찾아내 연결시켜 준다는 얘기를 전할 때마다 떨리는 목소리로 고마움을 전하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휴일 근무의 피로는 사라지고 「해외서비스 제공」 의 보람으로 가슴은 가볍게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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