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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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해마다 증가하는 응모작들중에서 예심, 본심을 거쳐 최종까지 올라온 작품은 「질풍노도시대」 (양원선) 「유명산무명화」 (김야설) 「사진사와 파랑새」 (석종완) 「이해와 책임 그리고」 (이경사) 「띠뱃놀이」(유현숙) 「섬」 (홍사종)「사랑싸움」 (성기문) 등 7편이었다. 그런데 현대인의 애경풍속도를 차분하게 묘사한「질풍노도시대」는 통속적인 것이 흠이었고, 「유명산 무명화」 는 개연성이 희박하고 관념적인 면이 문제였다.
그런 점에서는 인생의 권태를 묘사한 「사진사와 파랑새」 도 비슷했다. 그리고 여성 2대의 애정윤리를 그린「이해와…」는 너무 평범하다 보니 극적 밀도가 약했고, 소극형식의 「사랑싸움」은 연극적 기교는 돋보였으나 TV 코미디물처럼 범속한 점이 신춘문예 작품으로서 적합치 못했다.
결국 「띠뱃놀이」 와 「섬」 이 입선권에서 대결케 되었는뎨,「섬」의 경우 이상을 추구하는 인간의 심정이라든가 극적 반전은 살만했으나 역시 개연성과 함께 너무 쉽게 쓴것같은 인상이 감점요인이 되었다. 「띠뱃놀이」가 다른 후보작품들보다 세련되지 못했음에도 입선권에 들수 있었던 것은 소재의 신선미와 작품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를 높이 평가받은 때문이었다.
그런데 작자 (유현숙)는 좋은 소재를 예술화시키는데는 역부족이었고 따라서 후반부가 흐지부지됨으로써 극적 갈등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당선 아닌 가작으로 주저앉힌 이유도 그때문이다. 작가희망자들은 일상성에서 벗어나 시야를 좀더 넓히고 깊게 해야할 것이다. 그래야만 이시대 삶의 발등 위가 아닌 발밀을 그려낼수 있으리라본다. 김정옥 유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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