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힘든 이민 생활|조채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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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몹시 싸늘한 날씨다. 냉냉한 기류가 말만 들어오던 캐나다의 겨울을 실감케 한다.
『안가면 안되겠니』 하시면서 그토록 간절해 하시던 어머니….
캐나다로, 하와이로 제각기 뿔뿔이 떠나간 자식들의 비정을 서러워하던 노모의 애절한 아픔이 가슴을 저며온다.
벌써 4개월째 접어든 이곳 생활이 마치 10년 세월이나 지난 듯 아득하기만 하다.
모든 것이 생소하기 만한 이곳 생활이다. 언어 장벽 때문에 겪어야 하는 숱한 곤욕은 어떻고…. 문화의 충격, 엉뚱하게 생기는 불혐화음 등이 모든 것을 우리네 초기 이민의 애환을 생각해보며 굳이 자위해 보려고 한다.
무척 바쁜 생활의 연속이다. 물론 토요일부터 쉬긴 하지만, 일요일 하루는 교회에서 보내고 토요일은 분주하게 뛴다.
쇼핑을 해야하고 빨래·김치 등등… 주일을 지키는 탓으로 일요일은 모든 상가나 백화점은 철시한다.
이곳 여성들은 정말 검소한 생활을 한다. 한국 여성처럼 사치하고 편한 여성들도 없다던 말에 공감이 간다. 막연히 외국을 동경하는 사람에게 외지의 고달픔이 어떤 건지 말해주고 싶다.
이곳 유수한 백화점이나 상가에서도 한국 상품을 자주 대하게 된다. 얼마나 반가운지 한국산 방한복을 입고 있는 이곳 젊은이를 만나면 무척이나 다감해진다.
내게도 애국적인 면모가 있구나 하면서 대견해 지기도 한다.
영어 학교에 나간다. 국적 불명의 인종들이 모여든 교실에서 나름대로 내일을 위한 발돋움에 최선을 다한다. 사전에 잔글씨가 보이질 않아 많은 어려움을 반복키도 하고 때로는 캐나다인 여 선생의 강의가 그을음처럼 캄캄하지만 결코 좌절할 수가 없기에 최선을 다한다. 10년. 20년,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언어의 장벽은 남겠지만….
곧 밝아질 새 아침을 향해 소망을 주십사고 가만히 두손을 모아본다. <8400 Weston Rd APT 1408 Weston ont M9M 2W 2HAEISK C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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