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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깊이 읽기] 800년 살자니 지겨워…성전환해 기분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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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기 3000년
원제: A View from the Year 3000
마이클 하트 지음, 차재호 옮김, 해바라기, 512쪽, 2만1000원

고작 100년도 안되는 과거사와 씨름하기 벅차다면, 아예 역사의 지평선을 훌쩍 뛰어넘어 1000년 뒤의 세상을 꿈꿔 보자. 이 특이한 책은 상상력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1000년을 거슬러 온 '서기 3000년의 역사서'다.

2801년에 태어난, 이 책 가상의 화자(話者) 아르투로 쿠게니는 200세에 이 책을 썼다고 설정돼 있다. 200세? 놀랄 건 없다. 인류는 21세기에 이미 평균수명 140세를 넘겼다. 책에 실린 인류사를 바꾼 100명의 위인 중엔 600~700세의 생존 인물이 허다하다. 인공 장기가 흔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류는 2294년부터 '의사(疑似) 불멸성', 즉 불멸성에 가깝게 도달했다. 책에 따르면 인류사 100명의 인물 중 1위를 차지한 중국인 창 포 야오 박사(787세) 덕이다. 그는 노화된 뇌조직을 떼어내고 시험관에서 배양된 신규 뇌조직으로 교체하는 뇌수술에 성공했다. 교체된 뇌에는 미리 컴퓨터에 입력된 환자의 기존 기억과 인성까지 다운로드된다. 이 뇌의 유통기한은 500년 정도.

저자는 "이전 시대에는 인구의 대다수가 유년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때문에 빈번한 정치적 불안정이 있었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영원한 삶은 인류를 어떻게 바꿔놓았는가? 적어도 40~50년 잘 살자고 난개발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짓은 그만두게 됐다.

700~800년은 살아야 하는 삶이 지겹다면, 성전환 수술로 기분전환을 하면 된다. 2429년엔 생식능력까지 바꿔주는 완벽한 성전환술이 개발됐다. 한번은 아버지로, 한번은 어머니로 자녀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시대 인류는 성차별이나 성정체성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법적으로 2명 이상의 자녀를 갖지 못하게 된 것이 좀 아쉽겠다. 서기 3000년엔 세계 인구가 800억이나 되기 때문이다.

60억도 비좁은 지구에 800억 인구? 걱정 붙들어매시라. 한국인 과학자 김원리(2316~2571)가 고안한 행성공학 프로젝트 덕분에 인류는 화성에도 거주하게 됐다. 김 박사는 화성의 '지구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인물로 100명의 위인 중 당당 28위에 들었다. 그의 제자로 인공 기후조절 시스템을 만든 미카 키비코스키 박사가 33위에 올라 있으니 김 박사의 영향력은 상당했던 모양이다.

이 '공상과학역사서'를 펴낸 프린스턴대 천문학 박사 마이클 하트(Michael H. Hart)는 '공상'과 '과학'을 재기발랄하게 버무려냈다.

인문학 독자라면 안토니오 네그리와 다수의 사회주의 사상서를 낸 마이클 하트(Michael Hardt)와 헷갈릴 수도 있겠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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