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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고른 중고피아노, 새 것 안 부럽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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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연중 피아노가 가장 많이 팔리는 달은 3월과 9월이다. 방학이 끝나고 피아노 교육을 시작하면서 집중적으로 피아노를 사주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녀가 피아노 교육을 시작하면 피아노를 사야할지 말아야할지부터 어떤 피아노를 사야할지 등 부모들에겐 고민이 많다. 피아노는 덩치가 크고 값도 비싸지만 자녀가 다 자라면 애물단지가 되기 일쑤다. 이 때문에 중고피아노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중고피아노가 피아노 시장을 이끌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양대 피아노업체가 동시에 경영난을 겪으면서 새 피아노보다 예전에 잘 만든 피아노를 찾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중고피아노 고르는 법을 알아본다.

?언제 나온 피아노를 살까=피아노업계 관계자들은 1986~1995년 10년간 제작된 피아노를 사라고 권한다. 이때가 한국 피아노 산업이 가장 발전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또 이 시기의 피아노는 모두 알래스카.캐나다.루마니아 등지의 추운 지방에서 자란 품질 좋은 원목으로 제작됐다. 반면 1996년 이후에는 원목가격의 폭등으로 대체목재(PVC.MDF목.인조목)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피아노는 추운 지방의 목재를 사용해야 음질이 좋고 수명이 60~100년 동안 보존된다는 것. 이 때문에 원목으로 만든 피아노다운 피아노를 사려면 10~20년 묵은 것이 좋다는 것이다.

?피아노 가격은=중고피아노 가격은 20만원부터 다양하다. 그러나 너무 싼 것은 초보자들이 다루기 어렵다.

중고피아노 가격은 기계상태.외장.음질 세 가지를 놓고 각각 A등급부터 D등급까지 매기게 된다. 세 가지가 다 A급이면 가격은 150만~180만원 선이다. 기계와 음질이 A급이고 외장이 B급이면 100만원대다. 셋 모두 B급인 경우 70만~90만원대다. 외장은 겉으로 보기에 깨끗한 것을 A급으로 취급한다. 처음부터 깨끗한 게 아니라 다시 색칠을 하거나 손질을 해서 깨끗해 보여도 A급으로 친다. 또 키가 큰 것일수록 싸고, 키가 작은 것일수록 비싸다. 구형으로 키가 큰 것은 다른 상태가 A급이어도 50만~80만원에 살 수 있는 것도 있다. 또 출고된 지 5년 이내의 것은 1년 늦게 나온 것일수록 10만원씩 비싸진다. 그러나 5년이 넘은 것은 모두 피아노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어디서 살까=최근 새 피아노 대리점은 확 줄어든 대신 중고 피아노점은 동네마다 1~2개씩 있을 정도로 흔하다. 대부분 피아노 조율.감정을 하는 전문가들이 자그맣게 운영하는 집이다. 전문점 주인의 실력에 따라 피아노상태가 확 달라진다. 이 때문에 중고피아노를 잘 사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먼저 중고피아노를 많이 보는 게 좋다. 이를 위해 중고피아노 도소매를 하는 대형 전문점을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비교적 큰 중고피아노 전문점은 서울 대치동 강남피아노백화점과 서울 문정동 송파종합피아노가 있다. 강남은 100~150대, 송파는 50여대를 한꺼번에 전시 판매한다. 기존 악기 상점 밀집지역인 세운상가에도 중고피아노점들이 있지만 규모는 많이 줄었다. 동네 피아노점에서 선뜻 믿고 사기가 어렵다면 이 같은 큰 업체에서 먼저 충분히 피아노를 구경한 뒤 결정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꼭 큰 업체에서 사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이런 큰 업체들은 도매도 하기 때문에 동네 중고피아노점들이 이런 점포에서 많이 구입해간다. 이 때문에 진짜 좋은 피아노는 동네 피아노점이 먼저 사가서 손질해 파는 경우도 많다. 결국 중고피아노는 얼마나 많이 비교해보고 골랐느냐가 관건이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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